[G20합의 핵심의제]환율 가이드라인 ‘수치’ 대신 ‘시한’ 선택…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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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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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獨-日등 계속 설득… 11일밤 재무차관 타협 …“환율 유연성 제고”
中변동환율제 이행 간접 압박… 경상수지 목표 구속력 없어 ‘환율전쟁’ 불씨 남아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환율 논쟁을 포함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며 국제공조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환율 논쟁을 포함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며 국제공조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글로벌 환율 해법

경상수지의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환율 해법’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난상토론 끝에 나왔다. 재무차관들이 사흘을 고민했지만 합의에 실패해 정상들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환율 전문가들은 20개국 정상들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확정 시점을 정했고 시장결정 환율제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지만 이번 합의가 환율 갈등을 잠재우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20개국 정상들은 환율 해법에 대한 보조 수단으로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정하기로 합의했다. 경상수지 목표제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를 어느 비율까지 가져갈 것인지를 의미한다.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처음 이 개념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상들은 별도의 워킹그룹에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받아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재무장관들이 내년 상반기에 논의 경과를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환율 논의를 할 때 가이드라인 시점을 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독일 일본 등의 국가들은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지 않고 일반론적인 경상수지 목표 원칙만 합의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격론만 오가던 분위기를 반전시킨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이전부터 각국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 시한을 못 박아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11일 업무만찬에서도 입장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일일이 “시한이 정해져야 G20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날 오후 10시가 넘어 재무차관과 셰르파가 다시 모여 타협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12일 서울 정상회의 폐막 후 “예시적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해줄 감시도구”라며 “이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 되겠지만 (결국) 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0개국 정상들은 또 경주 합의를 반영해 시장결정 환율제도를 이행하며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기로 했다. 환율과 관련해 ‘환율유연성을 제고한다’는 표현도 성명서에 넣었다. 고정환율제에 가까운 중국이 완전한 변동환율제로 건너올 것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환율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되던 시점에 서울에서 정상들이 환율 해법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환율을 바라보는 시선이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다르고, 선진국 사이에서도 이견이 큰 만큼 향후 다시 환율 갈등이 일어날 소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G20 정상회의 관련 일본 정부 측 대표는 11일 오후 9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결정 환율제도를 지지하지만 자국 환율이 급변동할 때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국제적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환율 전쟁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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