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비즈니스 서밋 D-1]국제무역론 대가 바그와티 美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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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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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 제한 난센스… 무역 자유화 집중 논의해야”

바그와티 교수는 최근 미국 등에서 일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우려를 표시하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무역자유화가 주요 
어젠다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자신의 저서 ‘세계화를 옹호하며(In defense of Globalization)’를 
들고 서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바그와티 교수는 최근 미국 등에서 일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우려를 표시하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무역자유화가 주요 어젠다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자신의 저서 ‘세계화를 옹호하며(In defense of Globalization)’를 들고 서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신흥국이 대거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내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주요국 정상이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배우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다. G20이 참여국이 적은 G8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토론의 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제무역 분야의 대가로 대표적 자유무역론자인 자그디시 바그와티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76)는 “G20 정상회의는 주요국 정상이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라는 점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꼭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주최국인 한국에 ‘선물’을 가져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은 너무 노골적으로 미국을 압박해 의회나 노조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조용히 협상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년 유력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바그와티 교수를 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8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G20 서울 정상회의의 의의와 전망을 들어봤다.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의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보나.

“G20은 G8에서 신흥국을 대화의 파트너로 받아들인 협의체다. 신흥국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전에는 글로벌 경제의 어젠다를 G8이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G20이 글로벌 이슈 논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G20은 분명 G8에 비해 개선된 회의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 작은 나라는 여전히 글로벌 이슈에 발언권이 없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이들 나라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번 G20 회의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나.

“G20 정상회의가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모임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이 글로벌 이슈에 대해 신흥국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각국 정상이 글로벌 이슈에 대해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역학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주요국 정상의 교육의 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G20 정상회의의 논의 내용이 각국의 국내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물론이다. 국내에서는 정책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로비나 이익단체의 압력,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이 G20 회의에서 다른 국가 정상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보다 책임 있는 자세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경주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나온 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제안한 것처럼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의 4%로 제한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는 인위적인 행위로 제한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는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미국의 적자도 줄어들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인프라 건설 수요가 엄청나다. 도로도 건설해야 하고 철도도 놓아야 한다. 보유 외환으로 1%의 수익도 안 나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기보다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돈을 쓸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내수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 수입품도 살 것이다.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장비 수입도 늘고 소비재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벌써부터 캐터필러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삼성 같은 기업에 주문이 늘고 있다. 지금부터 5년 뒤에는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어떤 어젠다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글로벌 무역자유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은 중간선거 시즌을 틈타 정치인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노조와 심지어 행정부 내에도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독일 스웨덴 스칸디나비아 등지에서도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주장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한국이 무역자유화를 주장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유리한 주제 아닌가.”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양자 간 FTA에 반대하면서도 한미 FTA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미 FTA는 안보상의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둘러싸인 한국은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과의 FTA가 필요하다고 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자그디시 바그와티

△1934년 인도 출생 △195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 △196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71년 국제경제학 저널 창간 △1980년∼현재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1991∼1993년 GATT 사무총장 경제정책자문 △2002∼2003년 유엔 및 WTO 국제화정책 자문 △주요 저서 ‘정치경제와 국제경제학’(1996년) ‘국제무역에 관한 강의’(1998년) ‘워싱턴이 국제화를 어떻게 잘못 다뤘나’(2001년) ‘세계화를 옹호하며’(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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