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도요타의 함정’과 ‘도요타의 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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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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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전 세계 기자를 일본 본사로 초청해 보여준 품질·안전 관련 설명회를 참관하고 왔습니다.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은 지 1년이 돼 가는 지금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는 것 자체가 ‘이제 리콜 논란은 그만 털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더군요.

그동안 도요타 리콜 사태의 배경에 대해서는 급격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현장의 피로에, 몸집이 커지면서 조직 내 의사소통이 안 된 것이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큰 성공 자체가 ‘도요타의 함정’을 부른 구조적인 원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돌아보면 인류사에서 비대했던 조직은 모두 이런 ‘제국의 관리비용 문제’를 비슷하게 겪었습니다.

도요타도 이런 딜레마를 푸는 방안을 이번 설명회에서 말로써 뚜렷하게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달라진 품질정책이라고 발표한 내용은 “많이 반성했고, 사장이 위원장이 되는 글로벌 특별품질위원회를 도입했으며, 품질관리 노력을 더욱 강화했다”는 수준이었습니다.

정작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공장과 연구소에서 도요타가 전부터 해오던 안전·품질관리 활동을 직접 봤을 때였습니다. 설명은 자세하고 친절했지만 그 속에 ‘우리는 이렇게 철저하게 한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하더냐’는 자부심이 배어있었다고 할까요.

1년에 1600번 한다는 실차 충돌실험을 보여주고 그 실험에서 부서진 차를 직접 만져보게 하고, 세계 최대 규모라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 태우고, 차를 물길로 달리게 하고…. 히가시후지연구소에서 열린 공개질의 시간에 기자가 ‘급가속 현상’에 대해 묻자 담당자는 기다렸다는 듯 “여러 번 검증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며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에 자신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도요타가 리콜로 수모를 겪을 때 미국과 한국에서는 이를 고소해하는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반일 감정이나 일인자에 대한 질시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미국과 한국 기업이 본받아야 할 길로 칭송받았던 ‘도요타 웨이’에 대한 인간적인 반감도 그 아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너무 철두철미하고, 가능성을 쥐어짤 대로 쥐어짜며,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는 도요타 웨이는 분명 인정머리 없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성장과 품질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이 도요타의 방식 외에 달리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했습니다. 도요타 웨이를 뛰어넘을 ‘삼성 웨이’나 ‘현대차 웨이’가 딱히 보이지도 않는 게 현실이니까요.

― 아이치·시즈오카에서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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