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외이사 우리銀 출신 집중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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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C&그룹과 태광그룹이 주거래 은행의 전직 임원이나 대주주의 이해 관계자들을 사외이사로 집중 영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의 독단이나 부당대출, 비자금 조성,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C&그룹과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들에게도 손해배상소송을 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 2008년부터 우리은행 출신 영입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C&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상선, C&우방, C&중공업은 자금난으로 C&그룹 전체가 휘청거린 2008년 이후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2007∼2008년 C&그룹 계열사에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C&상선은 2008년 3월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F&I의 사장을 맡고 있던 손병룡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손 씨는 C&그룹이 자금난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2008년 11월 직전 사임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C&우방 역시 2009년 3월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 출신으로 외환컨설팅 회사의 임원인 김진호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두 회사는 모두 사외이사를 1명씩만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사회 활동은 사실상 전무했다. C&상선의 손 전 사장의 경우 재임기간에 열린 5번의 이사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C&우방의 김 사외이사 역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안건을 모두 그대로 통과시켰다. 특히 C&상선의 경우 200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열린 44차례의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C&그룹 계열사가 우리은행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이권을 제공하거나 이들을 로비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C&중공업, C&상선, C&우방 등은 2007∼2008년 금융권에서만 18명의 임원을 영입했으며 이 중 4명이 우리은행 출신이었다.

○ 태광그룹도 80% 이상 이해 관계자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 역시 이호진 회장의 동문이나 주거래은행 임원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화재, 티브로드한빛방송,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회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12명. 이 가운데 이 회장의 대학이나 대학원 동문이 3명, 주거래은행이나 회계법인 전직 임원 5명 등 10명이 태광그룹과 관련된 인물로 채워졌다.

사외이사 가운데 80% 이상이 이 회장이나 회사와 관련된 인물들이었던 것. 특히 태광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태광산업과 자금원인 흥국화재의 사외이사 모두가 이 회장의 동문이나 주거래은행 전직 임원 등으로 구성됐다.

한 태광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이 회장의 친구나 협력사 관계자로 구성돼 있었다”며 “이사회 자체가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사외이사는 사실상 월급만 받는 명예직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태광그룹은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은 이사회에 아예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외이사들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태광산업은 2008년 3월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24층 빌딩을 흥국생명에 4369억 원에 매각하면서도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으며, 같은 해 5월 이 회장 일가 소유의 골프장 회원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사외이사들에게 회원권 가격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와 경영인의 독단적인 경영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이사회가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들에게도 손해배상소송을 내서 사외이사가 돈만 챙기는 명예직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을 진 자리라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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