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도시 혁신]기부로 꽃핀 문화예술 强小도시 美 패서디나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북부 패서디나의 로즈볼 스타디움. 관중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북부 패서디나의 로즈볼 스타디움. 관중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북쪽 인구 14만여 명의 도시 패서디나. 매년 1월이면 이곳은 미국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화려한 장미축제와 함께 미국 최고 전통의 대학 미식축구대회인 로즈볼 게임이 이 시기에 열린다. 작은 도시지만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 모으는 미국의 소수정예 이공계 대학인 캘리포니아공대(칼텍)도 이곳에 있다. 도시 내의 다양한 박물관에는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패서디나는 대도시 외곽의 소도시지만 고급스러운 문화와 세계적 교육도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대도시로 자본과 인재를 빼앗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한국의 근교 도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이 패서디나를 ‘작지만 강한 문화도시’로 만들었을까.

○ 지역을 키운 부자들의 문화 기부

패서디나는 남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부촌이다. 1887년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간 샌타페이 철도가 개통되자 동부의 부자들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패서디나에 별장을 짓기 시작했다. 부유층의 이주가 늘자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로 일컬어지는 ‘패서디나 프리웨이’도 건설됐다. 부자들이 늘고 고급문화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자 예술가들도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1927년 완공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 시 청사. 유럽의 성당 건물처럼 바로크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패서디나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상징하며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다. DBR 자료 사진
1927년 완공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 시 청사. 유럽의 성당 건물처럼 바로크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패서디나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상징하며 여러 영화에도 등장했다. DBR 자료 사진
패서디나의 고급 문화예술 감각은 도심 곳곳에서 느껴진다. 19세기 말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상점가와 건물의 디자인, 노턴사이먼 미술관, 헌팅턴단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이 대표적이다. 노턴사이먼 미술관은 유대인 대부호인 노턴 사이먼이 1969년 건립했다. 그는 이 미술관에 평생 수집한 걸작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로댕의 청동 조각품인 ‘칼레의 시민들’을 비롯해 인상파 화가인 드가 렘브란트 피카소 등 유럽 화가 작품과 아시아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도서관 미술관 식물원이 들어선 문화예술단지인 헌팅턴단지는 철도 재벌인 헨리 헌팅턴이 1919년에 비영리 연구단체 설립을 위해 내놓은 저택과 정원에서 시작됐다. 부자들의 문화예술 기부가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지역의 대표적 자산이 된 것이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조차 기부하기 꺼리는 다른 나라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 장미를 지역 브랜드로

패서디나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장미의 이미지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다. 날씨가 온화한 이곳에서는 북반구의 겨울인 1월에도 장미가 핀다. 헌팅턴 식물원의 로즈가든에는 2000종 이상의 장미 품종이 재배돼 1000년이 넘는 장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패서디나 밸리 헌트 클럽은 1890년 1월에 피는 장미를 미국 전역에 알리기 위해 ‘로즈 퍼레이드 토너먼트’를 열었다. 매년 1월 1일 장미 화환으로 뒤덮인 꽃마차 행렬은 얼음과 추위에 지친 북반구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올해 1월 121번째 행사가 열렸다. 1922년 미국 중서부와 서부 해안지역 대학 간 풋볼 경기인 로즈볼 미식축구 결승전 게임을 위해 건립된 경기장 이름도 로즈볼 스타디움이다. 10만 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게임, 1984년 여름 올림픽 축구경기, 1994년 월드컵 챔피언십 등의 경기가 열렸다.

○ 도시의 새로운 성장엔진, 칼텍(Caltech)

패서디나에는 미국의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시카고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소수정예 이공계 사립대가 있다. 1891년에 설립된 칼텍이다. 공학을 특화한 MIT와는 오랜 맞수다. 칼텍의 뛰어난 연구 성과는 대학 내 40개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나온다. 칼텍은 미 국방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선을 개발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를 운영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 생물학·화학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베크먼 연구소, 세계 최고의 천문대로 유명한 팔로마 천문대 등 각종 연구기관이 대학 안에 들어서 있다.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으는 칼텍의 힘이야말로 패서디나 지역경제의 숨은 저력이다. 패서디나는 도시의 콘셉트에 맞게 소수정예 대학과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고급 인재를 끌어와 도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지역 대학의 명성이 과학기술 분야에 탁월한 교수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오는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1886년에 시로 승격된 이후 패서디나는 지금까지 인근 거점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 흡수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패서디나만의 독특한 흡인력과 도시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스앤젤레스라는 거대 도시에 기대 인력 학교 연구소 등을 유치하는 연계전략도 주효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mjkim8966@hanmail.net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2010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위기도 삶의 일부… 리더는 지혜와 위엄 지켜야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가족과 조용히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있을 때 암살단이 그의 목숨을 노렸다. 교황청과 나폴리 왕국의 비호를 받고 있던 파치 가문이 암살단을 보낸 것. 로렌초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동생이 현장에서 처참하게 살해됐다. 설상가상으로 로렌체 암살을 성공시키지 못한 교황은 피렌체에 전쟁을 선포했다. 일부 피렌체 시민은 차라리 로렌초를 적에게 넘겨주고 전쟁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로렌초는 위기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리더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대처했다. 위기를 특수 상황이 아닌 삶의 일부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는 냉정을 유지하며 지성의 힘과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위기에 맞선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을 소개했다.



맞춤식 생산 시대… 비즈니스에도 변종 물결
▼매킨지쿼털리


미국의 노인헬스케어기업인 엘더파워는 맞춤식 지원을 통해 노인 요양비를 낮췄다. 각 노인의 집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알람과 웹캠, 자체 TV 네트워크가 갖춰졌다. 가족이나 의료진은 이를 통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응급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노인들은 자체 TV 네트워크를 통해 동네 교회 예배나 연극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엘더파워는 노인의 가족과 친구, 이웃 자원 봉사 등으로 이뤄진 소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각 노인에게는 담당 지원자가 배정되어서 맞춤식 서비스가 제공됐다. A 자원봉사자는 매일 두 차례씩 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B 자원봉사자는 주변에 사는 노인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는 식이다. 엘더파워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노인 요양비용을 다른 요양원 평균의 18%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중심축이 대량 생산에서 맞춤식 생산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이른바 ‘변종(mut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호 DBR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종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 좌우한다
▼Management Science 2.0


올여름 영국에서 열린 왕립의학협회.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한 유전자 정보회사인 ‘23andMe’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의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이 고셔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5.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논문은 16개 연구기관의 연구원 60여 명이 무려 6년간 벌인 초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23andMe는 같은 연구 결과를 불과 8개월 만에 밝혀냈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대하드라마와 같은 논문을 비웃듯 말이다. 23andMe의 연구는 초대형 데이터의 패턴 분석을 통해 가능했다. 이는 데이터가 귀하다는 전제 아래 가설 설정, 연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결과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기존 연구 방식을 뒤집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1세기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할 수 있고, 데이터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