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인수’ 글로벌 전쟁… 삼성 이어 SK-필립스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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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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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장비 업체 ‘빅3’와 의료기기 회사인 메디슨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됐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직후 바이오 및 의료기기 분야를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이들 기업과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초음파 의료 진단기기 업체인 메디슨 인수에 나선 가운데 전 세계 의료장비 시장에서 GE, 지멘스와 더불어 빅3에 속하는 필립스가 메디슨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개가량의 국내외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이 중 필립스를 포함한 외국 기업이 3개 이상”이라며 “GE와 지멘스도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그룹도 20일 인수에 가세한 것으로 드러나 메디슨 인수전이 글로벌 의료장비 전쟁의 전초전이 됐다.

○한때 부도난 기업에 몰리는 이유는

일각에선 삼성과 SK, 필립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2002년 부도에까지 몰렸던 매출 2700억 원 규모의 메디슨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우수한 기술 및 핵심인력 △다양한 해외 판매채널 확보를 꼽는다. 메디슨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이 탄탄하다. 주력 사업인 ‘초음파 의료 진단기기’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으며 X선 및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치에 대한 각종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메디슨은 이 분야의 핵심인재를 다수 배출해 한국 의료기기 산업계의 ‘사관학교’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80%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해외 유통망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운 삼성으로서는 메디슨의 해외 판매채널이 탐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만치 않은 바이오산업 현실

삼성은 의료기기 및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분야에서 국내 및 해외 업체들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의 바이오 시밀러 사업 진출은 연구개발 차원이지만 결국 병원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받쳐줘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국내외 바이오업체를 추가로 인수합병(M&A)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경기 수원사업장에 헬스케어 전담부서를 차리고, 메디슨 등에서 관련 인력을 영입하는 등 오래전부터 의료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까지 수익성 검토에 머물렀다”며 “하지만 최근 이건희 회장 지시로 관련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5월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 각각 2조1000억 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총 11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서 삼성은 높은 ‘현실의 벽’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했지만 전자산업과의 연관이 적고 노하우가 전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낸 LG생명과학의 핵심 임원을 영입하려 했지만 LG 측과의 소송에 휘말려 결국 실패했다. 제약업체인 셀트리온 인수가 좌절됐고, 세종시에 입주시킬 예정이었던 의료기기 공장은 아직까지 용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바이오 시밀러 생산 공장용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충북 오송으로 청사를 옮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도 대거 끌어들였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이를 극복하고 소수의 글로벌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의료기기 및 바이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 세계 의료시장의 70%를 점하는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약 10년이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감안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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