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전략 보고서 작성 곽승준 미래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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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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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수출실패는 시장마인드 없는 탓”

‘국방 선진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기 수출은 거품 사양을 과감히 배제해야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방 선진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기 수출은 거품 사양을 과감히 배제해야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현대자동차는 인도와 러시아에 베르나급 승용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었습니다. 인도와 러시아 시장에서는 베르나급이면 충분하다는 얘깁니다. 거기에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 공장을 짓고 그들에게 사라고 하면 과연 몇 대나 팔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방위산업을 내수에서 수출시장 중심으로 바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의 ‘국방선진화를 위한 산업발전 전략과 일자리 창출’ 보고서를 작성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장관급)은 19일 T-50 고등훈련기의 해외 수출에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곽 위원장은 “T-50을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려다 실패한 것은 개발단계에서부터 시장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T-50은 최고의 성능을 갖춘 고등훈련기지만 가격이 다른 나라 경쟁 기종보다 비싸 매번 수출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50의 대당 가격은 약 2200만 달러(약 240억 원)다.

그는 “T-50 가격이면 훈련기가 아닌 전투기를 사는 게 낫다는 것이 해외시장 반응”이라며 “훈련기로 쓰기에는 너무 고(高)사양이고, 전투기로 쓰기에는 성능이 낮아 훈련기로도 전투기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사양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 개발 때 거품 사양을 과감히 배제해야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방위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 약 55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르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한국 방산 수출은 2억5000만 달러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2008년 말 국내 방산업체로 지정된 업체는 91곳인데, 평균 가동율은 60%에 불과하다.”

―민간산업의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은 방산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민간산업과 방위산업이 완전히 따로 논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시대는 융합을 말하는데 산업마인드와 방산마인드가 전혀 융합되지 않고 있다. 2009년 12월 한국의 세계점유율 1위 품목은 무려 121가지나 된다. 하지만 방산의 현실은 처참하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용 특수신발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 그런데 새로 만들었다는 신형 전투화는 물이 새고 있다. 믿기지가 않는다. 민간자원을 활용하면 가격은 떨어지고 품질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한국이 개발한 무기체계가 수출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어정쩡한 사양’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다른 원인은 없나.

“구조적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개발(R&D) 독점 체제가 문제다. 지난해 R&D 예산의 63%가 ADD에 집중됐다. ADD가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하고 평가도 한다. 자기가 시험 문제를 내고 자기가 채점을 하는데 개발과 평가가 제대로 되겠나. ADD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전략무기, 비닉(秘匿·스텔스 기능)무기 등의 개발은 지금처럼 ADD가 계속하지만 일반 무기체계 개발은 민간업체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

―한국 방산은 시장에 대한 고려가 없는 공급자 중심 구조라는 지적이 많은데….

“이스라엘은 개발하는 무기체계의 70%를 수출하고 있다. 무기체계의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팔리지 않는 무기는 작전에서도 쓰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 중심적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육해공군은 무조건 최고의 사양을 요구하고, ADD는 개발하는 무기가 해외시장에서 잘 팔릴지에 대한 고려 없이 돈이 얼마가 들어가도 무조건 ‘최고’를 만드는 데 급급하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는 무기의 스펙을 결정하는 데 군만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민간 전문가, 수출 담당자 등도 참여시켜야 한다. 이른바 ‘군관민 합동 통합 개념팀’을 신설해 무기개발 기획 단계부터 시장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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