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태광 3대 지배회사 지분 父子가 양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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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경영권 상속 준비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48)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지배회사 중 하나로 급부상한 ‘한국도서보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태광그룹의 주력 업종인 화학이나 섬유, 방송, 금융과 전혀 관계없는 업종인 데다 100% 가족기업인 한국도서보급이 이 회장의 그룹 내 경영권을 확고히 다지는 것은 물론 향후 후계구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도서보급, 금융 부문 지배회사로

태광그룹은 2003년 한빛기남방송(현 티브로드기남방송) 등을 통해 두산그룹이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지분 92%(18만4000주)를 주당 1만6000원에 약 3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후 추가로 3%를 사들인 한빛기남방송은 2005년 2년 전 인수 때와 같은 가격에 지분 95% 전체를 이 회장과 아들 현준 군(16)에게 넘겼다. 태광 측은 이후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나머지 5% 지분도 사들여, 현재 이 회사 지분은 이 회장이 51%, 현준 군이 49%를 소유한 가족기업이 됐다.

도서상품권 발행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은 2003년만 해도 매출 18억9000여만 원에 순손실 13억8000여만 원의 ‘부실회사’였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게임산업의 급성장으로 경품용 상품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한국도서보급은 2006년 매출 522억 원, 순이익 180억여 원을 거둔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유선방송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업 추진 스타일이 베팅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업 가치가 낮았던 상품권 업체를 인수한 것이나 유선방송사업을 거침없이 확대해 나간 것이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한국도서보급을 그룹의 새 지배회사로 만드는 작업에 나선 것도 이즈음이다. 한국도서보급은 2006년 그룹 계열사인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 지분 대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 9월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 대한화섬 지분 16.74%(22만2285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태광산업으로부터 148억여 원(주당 6만3100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한국도서보급은 대한화섬의 1대 주주가 됐다. 대한화섬은 흥국생명 10.3%, 고려상호저축은행 20.2% 등 그룹 내 주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대한화섬 지분 전량을 한국도서보급에 넘길 때 30%에 해당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회장이 회사에 상당한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 경영권 강화, 후계구도 핵심 역할

태광그룹이 한국도서보급을 대한화섬과 금융계열사의 지배회사로 키우려고 하는 것은 회사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데다 상품권 유통사업으로 현금을 마련하기 쉽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서보급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부채, 자산, 실적 등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도서보급을 정점으로 한 금융 부문 지배구조 개편에는 이 회장 가족의 경영권 강화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아들 현준 군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데 따른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회장이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도서보급의 지분을 2%포인트만 낮추면 아들에게 그룹의 금융 부문 경영권을 손쉽게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06년 같은 방식으로 각각 티시스(정보기술 기업), 티알엠(건물관리 업체) 지분 49%를 현준 군에게 물려준 뒤 이들을 지배회사로 키우기 위해 태광산업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태광산업은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홀딩스와 큐릭스홀딩스를 보유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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