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2011년 봄까지 CEO 인사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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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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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포인트로 분석한 전망

‘최고경영자(CEO) 인사 태풍’이 금융권에 상륙했다. 일개 금융공기업 사장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당국 수장, 국내에서 덩치가 가장 큰 금융그룹 회장들의 거취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초특급 태풍 수준이다.

다음 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전후해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권에 휘몰아칠 인사 태풍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 서울보증보험의 ‘악몽’

금융권 인사 태풍의 시발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캠코 이사회는 9월 초 이철휘 전 사장이 중도 사퇴한 뒤 바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려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냈고, 공무원과 민간 출신의 전현직 인사 10여 명이 지원했다. 현재까지 장영철 미래기획위원회 단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후보로 거론됐던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김성진 전 조달청장, 최수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은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

캠코 사장 인선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끼리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별다른 파열음 없이 진행됐다. 금융권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악몽을 피하기 위해 모피아끼리 사전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보증보험은 6월 방영민 사장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인 정연길 서울보증보험 감사가 사장에 도전했다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방 사장을 1년 유임시키는 진통을 겪었다.

○ 기업은행, 내부 승진 이뤄질까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금융권 인사 태풍의 첫 기착지는 기업은행이다. 윤용로 행장의 임기가 12월 20일로 끝나는 까닭에 다음 달 말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관행에 따라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윤 행장 역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그러나 권 부위원장이나 김 수석부원장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는 내부 승진 가능성이다. 기업은행은 1961년 출범 이후 1996∼1998년 김승경 행장이 내부 승진을 한 것이 유일하다. 관료 출신이 독식해온 자리에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은 1980년 행원으로 입사해 30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으면서 수석부행장까지 오른 조준희 전무다. 주관이 뚜렷하고 신망이 두터워 기업은행 행원들 사이에서는 내부 승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각 재임기간이 2년에 육박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이 바뀔 경우 기업은행장의 인사 방정식은 훨씬 복잡해진다. 6개월째 공석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인선도 변수다.

○ 민영화 방식이 은행 CEO 희비 갈라

시중은행도 금융권 인사 태풍의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메가톤급 재료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다. 민영화 방식에 따라 현 경영진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우리금융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정기 주총이 열리는 3월에 거취가 결정되며 우리금융과 합병을 노리는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내년 3월이 임기다.

우선 우리금융이 의도하는 대로 특정 지배주주 없이 지분을 몇몇 주주가 분산 소유하는 ‘과점 주주체제’ 방식의 민영화가 이뤄지면 우리금융의 지배력은 유지돼 이팔성 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연임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하지만 하나금융과의 대등 합병 방식의 민영화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예측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하나금융이 최근 합병 방식 및 이후의 김승유 회장 거취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 것도 민영화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 CEO 인사의 또 다른 변수는 신한금융 사태다.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 3인방’의 사퇴가 빨라지면 민간 금융권 인사 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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