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자산 32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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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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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10조이상 증가… 은행 유사상품에도 돈 몰려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권사의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랩어카운트의 자산 규모가 32조 원을 넘어섰다. 주가 상승 랠리에도 펀드 환매 행진이 끊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 투자금액은 32조3000억 원으로 7월 말보다 2조6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13조3000억 원에 그쳤던 랩어카운트 규모는 1년 만인 올해 3월 22조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10조 원 이상의 자금이 쏠리면서 32조 원까지 급증했다. 이 가운데 투자자문사와 연계한 자문형랩은 작년 초 280억 원 규모에서 올 8월 말 3조 원 가까이로 급증했다.

1인당 랩어카운트 계약금액도 지난해 1월 2800만 원에서 올 1월 4100만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8월 말 현재 5600만 원으로 불었다. 그만큼 고액자산가들의 가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라면 랩어카운트 잔액은 10월 말 34조 원까지 늘고 자문형랩 규모는 연말에 4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 반 토막’을 경험하며 펀드 투자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맞춤형’을 내세운 랩어카운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최소 투자단위가 500만 원인 랩 상품까지 내놓으며 ‘펀드보다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 허가를 늦춘 가운데 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과 사모펀드를 통해 ‘자문형랩’을 본뜬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중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신탁계정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투자자문사 조언에 따라 운용하는 방식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1억 원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골드만삭스운용, 하나UBS운용 3개 운용사와 브레인, 한가람 등 4개 투자자문사에 자문해 운용하는 ‘하나스마트 신탁’은 8월 초 나온 지 2개월 만에 1500억 원이 몰렸다. 신한은행이 7월 레오, 브레인 등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현대자산운용에 위탁한 사모펀드도 최근까지 1000억 원이 들어왔다. 랩어카운트 성장이 가파른 삼성증권의 랩 잔액이 올 들어 1조3700억 원가량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유입 자금이 적지 않은 규모다. 외환은행도 최근 케이원, 브레인 등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운용 지시권까지 일임한 특정금전신탁을 새로 내놨다. 이처럼 랩어카운트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운용 관련 업무규정을 개선하는 한편 증권사 기획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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