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채권 올해 29조 사들인 외국인 자금… 환율 1100원 밑돌면 매입세 주춤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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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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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 계속되자 환차익 노린 자금도 유입… 전문가들 “순매수세 지속 기대감 낮춰야”

글로벌 환율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의 날개를 단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할 원-달러 환율 임계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자금 유입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한 측면도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돼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메리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한국 시장의 매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외국인들 한국 주식-채권 폭식

올해 1∼9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2조175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채권도 9월 말까지 16조8013억 원을 순투자했다. 글로벌 자금 유입 속도는 더 빨라지는 양상이다.

8월 340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지난달에만 3조7000억 원 이상을 사들였다. 특히 코스피가 2년 3개월 만에 1,800 고지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총 6조3668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연속 순매수 기간이나 금액 기준 모두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지난주(9월 30일∼10월 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4개 펀드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은 60억8100만 달러로 연중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선진국들이 돈을 시중에 풀면서 넘쳐나는 글로벌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자산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하기도 하지만 통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룩셈부르크(5544억 원), 네덜란드(5025억 원) 등 조세 회피지역 투자자가 많았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세 회피지역 투자자들은 1∼3개월의 단기 투자 성향의 투자자로 외국인 대규모 순매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돌발 악재에 빠지거나 선진국 경기가 좋아져 달러 약세 환경이 급변하면 글로벌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환율 1100원이 변곡점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외국인 매수세 변화의 변곡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신증권이 199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원-달러 환율 구간별 외국인 매매 흐름을 분석한 결과 환율 1100원 이하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히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2001∼2004년 원-달러 환율 1100원 이하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히 둔화했으며 2008년 이후에도 환율이 1100원 이하일 때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었다.

오승훈 글로벌리서치 팀장은 “1100원에 근접할수록 외국인의 환차익 기대는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1100원 선이 깨지면 순매도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매수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30원 선”이라며 “9월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원-달러 환율 1160원대가 외국인 매도 전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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