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WB총회장 안팎서 확인된 환율전쟁 ‘5국 5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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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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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 재균형 노력… 일부 국가들이 막아”
中 “미국 경제 회복되면 환율은 저절로 해결”

8∼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는 환율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환율 문제를 공론화하지도 못했다. 이는 참여국 모두가 합의를 한 이슈만 공동성명에 담아 발표하는 국제회의 특성 때문이다. 환율처럼 각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른 문제는 참여국이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이번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환율 대책을 촉구한 나라는 브라질이 유일했다. IMF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장관급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서 구이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브라질로 너무 많은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그에 대한 세금을 2%에서 최근 4%로 올렸다. 이런 인위적인 유입자본 조절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 같은 국제관리체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율 문제를 해결할 국제체제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한 것. 이 발언에 대해 참석자 대부분이 침묵함으로써 사실상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했다.

하지만 환율전쟁은 물밑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한국 대표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율 전쟁은 호수 위의 백조 같다”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물갈퀴를 움직이는 것처럼 총회장에서 공식적인 논의가 많지 않았지만 양자 또는 다자간 물밑 접촉에서는 노골적인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대표인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은 공식석상에는 환율전쟁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일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한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환율문제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은 특히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이 문제는 저절로 (논쟁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 생각은 전혀 달랐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총회에 제출한 연설문에서 “글로벌 재균형(rebalance) 노력이 일부 국가의 환율 개입 때문에 저해받고 있다”며 중국을 여전히 겨냥했다. 그는 “통화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지 않는 한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회의 등에서 “독일이 재정이나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보이는 것은 단지 환율 때문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높은 덕분”이라며 “글로벌 불균형의 문제 원인은 흑자국의 환율에서만 찾지 말고 적자국의 내부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대표 연설문 등에서 “일본은 심각한 디플레이션 때문에 투자가 침체되고 국민의 체감 경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엔고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의 공동의장인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대개 이러한 문제(환율)는 물밑에서 격렬하게 논쟁이 이뤄지지만 표면상으로는 논의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해 이번 회의의 막후에선 환율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총회장 주변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그냥 넘길 분위기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서울 G20 정상회의나 다른 기회에 공론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IMF 관계자들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서방 선진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워싱턴=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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