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령탑 전격 교체… 구본준 체제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5-05-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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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밀려 위기감… 공격경영 시동 걸듯 안정과 인화를 중시하는 LG그룹이 연말 정기인사 전에 주력 계열사 수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LG전자에 대한 그룹 차원의 위기의식이 높았다는 얘기다.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12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나 하락했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올 들어 13만 원을 상회하던 주가는 지난달 1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룹 최대 계열사의 부진에 LG그룹이 던진 승부수는 사령탑 교체를 통한 공격 경영.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린 노키아가 최고경영진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키아는 최근 최고경영자(CEO)인 올리페카 갈라스부오 씨와 스마트폰 사업부 책임자인 안시 반요키 부사장이 스마트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잇달아 물러났다.

LG그룹의 분위기와 달리 저돌적인 경영 스타일로 굵직한 성과를 거둬온 구본준 부회장은 일찌감치 적임자로 회자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김쌍수 전 부회장이 물러났을 때도 구 부회장이 물망에 올랐다”며 “사내에선 오너 출신이 경영권을 쥐어야 투자를 과감하게 전개해 어려운 경영 여건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전자통’이자 ‘전략가’로 꼽힌다. LG전자에 9년간 몸담으면서 ‘정보통신기기 관리담당’으로 임원 데뷔를 했다. LG그룹에는 가슴 아픈 과거인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운영하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분리해 LG LCD를 설립함으로써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성공 기반을 마련했다.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사에서 16억 달러의 외자를 직접 유치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2006년 경기 파주 LCD 클러스터를 준공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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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상사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과 대표를 두루 섭렵한 그는 최대 계열사인 LG전자 입성으로 그룹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다. 아울러 이번 인사는 LG그룹이 구본무 구본준 형제의 ‘투톱 체제’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구 부회장은 오너 체제의 장점인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뒤처진 스마트폰 분야를 강화하고, 전 사업 영역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남용 부회장 체제에서 외환위기 이후 안정에 중점을 뒀던 LG전자의 경영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미 LG전자는 MC연구소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하는 등 본격적인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주가로 확인할 수 있다. 17일 인사 소식이 알려지자 LG전자 주가는 10만 원대를 회복했다. 장중 한때 10만350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9만7900원)보다 4.7% 오른 10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LG전자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를 중심으로 연말에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LG그룹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남 부회장이 정기인사를 3개월 앞두고 물러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남 부회장이 ‘마케팅 드리븐 컴퍼니(Marketing Driven Company)’를 추진하면서 외국인 마케팅 책임자를 불러들이고 기술력보다는 마케팅 위주로 회사를 꾸려간 것이 위기 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초기에는 프라다폰과 쿠키폰 등 인기 휴대전화를 내놓았으나 2008년 이후 애플발 스마트폰 대응 실패 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비용 절감을 강조한 게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도 일부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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