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알제리 부그줄 신도시-비료공장 공사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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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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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도시건설 경험 이전… 아프리카 도시모델 바꾼다

10일 오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알제리 오랑 시 오랑산업공단 내 비료공장 현장에서 대우건설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펼쳐 놓고 공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랑=나성엽 기자 cpu@donga.com
10일 오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알제리 오랑 시 오랑산업공단 내 비료공장 현장에서 대우건설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펼쳐 놓고 공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랑=나성엽 기자 cpu@donga.com
9일 낮 12시(현지 시간)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위치한 국제공항. 인천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15시간을 날아온 비행기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은 버스로 갈아타고 부그줄 현장으로 향했다.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부그줄 신도시 건설현장은 얼핏 보면 그냥 사막이었다. 대우건설이 맡은 공사가 건물이나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신도시 건설을 위한 기반공사였기 때문에 땅 위로는 보이는 게 없었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수도, 전기, 통신, 상수도, 중수도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2008년 수주해 2011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정은 약 16%로 예상보다 늦은 편. 알제리 정부의 요구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그줄 신도시 이칠영 현장소장은 “사업 시작에 앞서 동탄과 일산 신도시를 둘러본 알제리 정부 관계자들이 부그줄 신도시를 사실상 한국의 신도시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가로등 등 각종 자재를 한국산으로 사용해 달라는 등 계약 당시와 다른 주문이 많지만 추가 비용을 알제리 정부가 부담하고 있고 한국의 신도시를 수출한다는 뿌듯함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그줄 신도시 개발사업은 전체 용지 6000ha에 35만 명이 거주하는 주택·업무·연구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공사가 끝나고 나면 정부 기관도 이전할 예정이다. 발주처인 부그줄 신도시 개발청 아흐마드 펜니 청장은 “발주 당시 15개 기업이 입찰했는데 한국 기업이 신도시 개발에 있어서 가장 유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에 공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11시경. 알제에서 약 430km 떨어진 오랑 지역에 위치한 알제리 비료공장. 지중해와 인접한 공사 현장의 정식 명칭은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프로젝트(AOFP)로 오만이 자금을 대고 알제리가 용지 등 현물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총 24억1547만 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에 대우건설이 참여하는 부분은 6억2649만 달러로 전체 공사의 26% 규모이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설계와 기계장치 설치를 담당하고 있어 현장 시공은 대우건설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현재 공정은 약 34%.

2012년 7월 공장이 완공되면 알제리 정부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게 된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산유국 중 하나인 알제리는 전체 수출의 95%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45%, 국가 재정 수입의 70%를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지만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4600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알제리 정부는 단순한 원재료 수출을 넘어서 부가가치 창출이 절박했고 그 해답 중 하나로 대우건설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시공하는 오랑 비료공장이 부각된 것이다.

천연가스 국제 시세는 10일 기준 100BTU(약 25Cal)당 4달러 수준. 하지만 천연가스를 원료로 해 액체상태의 비료를 만들고 이를 건조시켜 고체비료로 만들면 요소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 알제리 비료공장에서 생산될 요소비료의 국제 가격은 1t당 약 26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료공장 조재덕 현장 소장은 “같은 분량의 비료 가격은 천연가스보다 최고 60배가량 높다”며 “알제리 비료공장은 알제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 비료공장에 거는 정부의 기대도 크다. 지난해 2월 열린 기공식에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밥룰 압델카데르 AOFP 발주처 현장소장은 “일을 함께하면서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기업들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제리 정부는 비료공장의 추가시설 공사를 대우건설에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맡기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프리카에 진출한 건설사가 하는 역할은 단순한 돈벌이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의 외교관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부그줄·오랑=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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