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30대 기업 중 12곳만 전액 현금 결제… ‘아직 먼 상생’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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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대금지급 방식 조사
국내 30대 기업 중 거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는 기업은 SK에너지, 포스코, GS칼텍스, 신세계 등 1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국내 30대 기업(지난해 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결제 지급 방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제철 등 9개 기업은 부분적으로 어음을 사용하고 있었다.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9개 회사는 어음 대신 기업구매전용카드나 기업구매자금대출 같은 어음대체결제 수단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음대체결제 수단은 지급받은 날로부터 통상 60일 이후에 현금화할 수 있고, 그 이전에는 은행에 수수료(연 5∼6%)를 내야 해서 어음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30대 기업 중 18개 기업이 별도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그동안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해왔지만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음을 사용하는 9개 기업 중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현대제철 등 4개 기업은 300인 이하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도 어음을 돌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개 기업의 모그룹인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은 몇 년 전부터 ‘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품 협력사들에 현금성 결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 현금결제 안 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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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결제를 하지 않는 기업 가운데는 수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곳이 많았다. 대기업 거래처에 어음을 주는 삼성전자는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9조2743억 원으로 30대 기업 중 가장 많다. 현대·기아차도 7조2747억 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다. 중소기업에도 어음을 쓴다고 한 삼성중공업(1조2175억 원)이나 현대제철(1조7800억 원), LG디스플레이(3조2043억 원) 등의 현금 보유액은 1조 원 이상이다.

현금이 많은데도 어음을 발행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쓰는 돈이 올해에만 26조 원”이라며 “현금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비슷하게 해명했다.

○ 어음결제율 삼성〉LG〉현대차〉SK

삼성 계열사 중 30대 기업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세 곳 모두 “어음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중소기업법상 300인 미만)에는 100% 현금 결제한다고 답했으나 삼성중공업 삼성물산은 중소기업에도 어음을 발행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세 곳도 어음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견기업 이상에만 어음을 발행한다고 했으나 LG디스플레이는 중소기업 중에도 부품업체를 제외하고 설비·장비업체에는 어음을 발행한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기 며칠 전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 협력업체에 현금성 결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어음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중견기업 이상과 거래할 때 여전히 어음을 사용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중소기업에도 일종의 변형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SK그룹 계열사인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 3곳은 “현금으로만 결제한다”고 밝혀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현금결제방식이 가장 잘 정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SK에너지는 1962년 창사 이래 계속 현금결제를 해왔고 2006년에는 현금결제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SK텔레콤은 전표 승인 다음 날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SK네트웍스는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7일 이내에 결제한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현금장사’로 알려진 정유업과 무역업에서는 100% 현금결제가 자리 잡았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정유사 4곳과 대우인터내셔널 롯데쇼핑 등은 “현금으로만 거래한다”고 답했다.

○ 점차 현금결제 늘어

포스코는 2004년 12월 이후 납품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2004년 이전에는 거래대금이 5000만 원을 넘으면 현금 대신 기업구매카드로 결제했지만 지금은 모든 납품 건에 대해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며 “거래대금을 100% 현금결제하려면 4000억∼5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돈은 원가절감을 통해 마련했다”고 답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부터 100% 현금결제로 바꿨다. 롯데백화점 구매담당자는 “물품대금 50%를 현금이 아닌 현금성결제로 처리해오다 상생 차원에서 바꿨다”며 “100% 현금결제로 돌리면서 월 450억∼6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돈은 내부 유보금이나 은행 차입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음 사용은 관행이었다”며 “거래대금을 늦게 주면 우리가 자금을 여유 있게 굴릴 수 있지만 바꿔 보니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대기업 때리기’ 논란 빚은 대·중소기업 상생 드라이브
▲2010년 8월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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