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HDD 없앤 99달러짜리 ‘애플TV’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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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이벤트를 보아온 사람들에겐 익숙한 쇼였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바부에나센터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소개 이벤트 얘기다. 장소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직접 무대에 나와 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호도 애플이 매년 수차례 벌여온 이벤트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단 하나가 달랐다.

이 행사는 처음으로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로 인터넷 생중계됐다. 인터넷 방송을 위해서는 사용자 컴퓨터의 요청을 소화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지상파는 방송을 쏘고 나면 몇 명이 보든 추가 부담이 들지 않지만 인터넷 방송은 사용자가 증가할 때마다 데이터 전송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는 고화질(HD) 방송으로 중계됐음에도 몇 차례 화면이 간헐적으로 깜박인 점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도 무리 없이 시청이 가능했다. 애플은 이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를 지은 바 있다.



○ 애플TV, 업그레이드


애플은 2006년 ‘애플TV’라는 일종의 셋톱박스를 선보였지만 아이팟, 아이폰 같은 제품과는 달리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애플은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애플TV를 내놨다. 크기는 기존 제품의 4분의 1이 됐고 색도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했다. 일반적으로 검정인 TV 색상과 잘 어울리도록 한 것이다.

가격도 확 떨어졌다. 새 애플TV는 99달러(약 12만 원)에 판매된다. 기존 애플TV 가격은 229달러였다. 160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하드디스크를 없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값도 싸졌고 사용법도 단순해졌다. 사용자는 그저 애플TV에 전원 케이블을 꽂고 TV에 영상 케이블만 연결하면 된다. 집 안에 무선 인터넷인 와이파이(Wi-Fi) 공유기가 있다면 인터넷선도 꽂을 필요가 없다. 잡스 CEO는 “소비자들은 거실에 컴퓨터를 놓고 쓸 생각도 없고, 저장장치를 고민하려 하지도 않는다”며 ‘쉬운 기기’임을 강조했다.

또 하드디스크에 TV 드라마나 영화를 ‘다운로드’ 하는 대신 이를 ‘스트리밍’(인터넷 중계)으로 감상한다. 애플은 이 가격으로 최신 영화는 4.99달러, TV 드라마는 편당 99센트로 정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에서 이를 인터넷으로 애플TV에 중계하기로 했다. 애플이 이날 제품발표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이유가 바로 애플TV 서비스의 품질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이런 방식 덕분에 애플은 여러 갈등도 피하게 됐다. 애플TV는 스크린이 없는 단순한 셋톱박스여서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TV 제조업체들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TV 제조사와 손잡고 직접 TV를 만드는 경쟁사 구글과 크게 다른 전략이다. 또 다운로드가 안 되므로 불법 복제도 막을 수 있어 콘텐츠 업체와 협력하기도 쉽다. 애플TV는 이달 말 미국과 독일 등 6개국에서 우선 판매될 예정이다. 아직 한국 발매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 애플과 음악

이날 행사에서 TV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음악’이었다. 잡스 CEO는 이날 애플이 지금까지 약 2억7500만 대의 아이팟 MP3플레이어와 약 117억 곡의 디지털 음악을 팔았다고 밝혔다. 2001년 처음 아이팟을 선보인 지 약 10년 만의 일이다. 애플은 이를 기념해 크기와 가격에 따라 각각 셔플, 나노, 터치로 나뉘는 아이팟 제품군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팟 셔플은 더 작아졌고, 아이팟 나노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했다. 아이팟 터치는 카메라까지 달아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라면 아이폰4와 영상통화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애플의 온라인 콘텐츠상점이자 멀티미디어 재생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스’도 업그레이드됐다. 가장 큰 변화는 ‘핑(Ping)’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서비스인데 음악 관련 얘기를 나누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이 서비스를 쓰면 자신과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맞춤형 인기음악 순위’를 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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