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교수 기업공시 분석, 상장사 경영진 횡령배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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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조8000억원 달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의 경영진이 횡령이나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피해규모가 5년간 2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상장사 기업공시를 분석한 결과 총 277건의 횡령 및 배임사건이 발생했고 그 피해액은 2조8309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박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한국 기업 경영권 시장의 도둑 경영자들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준비해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상장사 횡령 및 배임사건은 한 해 평균 55.4건, 피해액은 5661억 원(건당 102억 원)에 달했다. 또 2005년 32건, 2006년 24건이던 횡령 및 배임건수가 2008년 112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60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최대주주가 바뀐 지 1년이 채 안 된 상장사에서 횡령 및 배임사건이 발생한 건수는 204건으로 73%를 차지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통계수치는 처음부터 회사자산을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업 경영권을 취득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며 “기업 경영권 시장이 경영능력이 없는 경영진을 퇴출하는 규율 기능이 있다고 학계에서 봐왔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 도둑 경영진은 주로 사채를 동원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상장폐지시키는 수법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강화되자 명의를 내세울 ‘바지사장’을 고용하거나 담당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제출 전에 서둘러 횡령을 마무리 짓고 회사를 상장폐지하는 ‘스피드 횡령’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횡령과 배임은 피해 기업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를 증시에서 몰아내는 부작용까지 낳는다”며 “자본주의의 핵심인 주식회사 및 상장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법적 처벌을 강화해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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