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을 꽃게전쟁’… 매입-수송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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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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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산지는 지금, 물량 맞추기 밤낮없다

“사장님, 꽃게 있어요? ‘물게(톱밥 작업을 하지 않고 해수에 담은 꽃게)’라도 좋아요. 지금 바로 중계점으로 보내주세요. 되도록 빨리요.”

19일 충남 태안군 신진항에 있는 꽃게 포장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신속한 손놀림으로 꽃게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마트
19일 충남 태안군 신진항에 있는 꽃게 포장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신속한 손놀림으로 꽃게를 선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마트
19일 오전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롯데마트 여형희 수산 상품기획자(MD)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이날부터 롯데마트가 활꽃게 100g에 880원, 이마트가 100g에 890원에 파는 행사를 시작했다. 두 대형마트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꽃게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서너 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동이 난 점포가 속출했다.

○ 가을 꽃게 확보 경쟁 치열

이날 여 MD는 충남 태안군 신진도로 급히 갔다. 쏟아지는 물량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산지 작업 상황을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꽃게는 산란기인 여름에는 어획이 금지돼 있다. 8월 15일부터 금어기(禁漁期)가 풀려 가을 꽃게 잡이가 시작됐다. 가을 꽃게는 생선가게의 전통적인 효자 상품이다. 봄철에는 암꽃게, 가을철에는 수꽃게가 잡힌다. 지난해 가을 꽃게 시즌인 8∼10월에 롯데마트 대중 선어(갈치, 고등어, 오징어류, 꽃게) 전체 매출에서 꽃게가 23.5%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이번 가을 꽃게 출하를 맞아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19∼25일 꽃게를 산지보다도 싸게 파는 ‘꽃게 전쟁’을 벌이는 바람에 서해안 꽃게 산지는 밤낮이 따로 없어졌다. 롯데마트는 신진항에서 작업을 하고 이마트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을 ‘베이스’로 삼았다. 신진항에서 만난 한 어부는 “대형마트 한 업체에서만 행사를 한다면 공급에 큰 무리가 없지만 업체 두 곳 이상이 달려들면 워낙 대량 주문이라 물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꽃게 행사를 시작한 19일 롯데마트 전 점포에서 주문이 들어온 물량은 활꽃게 3kg 상자 4000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20일 주문은 1만 상자가 들어왔다. 매매가 약 3억 원어치로 롯데마트 평일 수산물 전체 판매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 신선한 꽃게 공급 구슬땀

올해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활꽃게의 공급이 쉽지 않다. 무더위 탓에 꽃게의 폐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매장까지 싱싱한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꽃게 잡이 어선은 육지에서 5∼10시간 걸리는 먼바다에 상주한다. 운반선이 각 배를 다니며 잡은 꽃게를 거둬 항구로 가져온다.

운반선에서 꽃게를 바로 트럭에 실어 3분 거리의 작업장으로 부리나케 운반했다. 직사광선에 되도록 노출되지 않게 커다란 천으로 꽃게를 덮어 보호했다. 작업장에 도착한 꽃게는 해수 수조에 담아 뒀다가 포장 작업 직전에 잠시 얼음물에 담아 ‘기절’시킨다. 이 얼음물의 온도가 업체의 노하우. 꽃게 유통 업체 디엠티 씨티의 오채선 대표는 “현재 바다 수온에서 3분의 2 정도를 떨어뜨려 꽃게를 ‘마취’ 상태로 만든다”면서 “운반 시 온도만 적정하면 24∼48시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꽃게를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모래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쓰는 톱밥도 냉동실에서 꺼낸 냉(冷)톱밥을 쓴다. 그 위에 아이스팩을 얹고 냉장설비를 갖춘 차로 대형마트 물류센터까지 운반한다. 오전 1시 정도까지 물류센터에 도착하면 전국 각지의 매장이 문을 열기 전에 꽃게를 배송할 수 있다.

신진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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