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제철, 고로 가동 석달만에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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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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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 8000억-영업이익 1300억 달성… 업계 “경이적인 일”

올해 4월 준공한 현대제철 제1고로가 가동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을 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제1고로의 2분기(4∼6월) 매출이 약 80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1300억 원으로 확인됐다. 전기로를 포함한 현대제철 전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0% 이상 늘어난 3467억 원이지만, 철강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상업 가동을 막 시작한 고로가 3개월 만에 이익을 냈다는 데에 “경이적인 일”이라며 놀라는 분위기다.

○ 150명 獨티센크루프서 2년 훈련

무엇보다 고로에서는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고급강이 생산되다 보니 까다로운 품질조건을 요구하는 고급강 수요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고로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뜻 구입해주지 않아 처음에는 판로를 개척하기 어렵다. 또 여러 산지에서 구입한 코크스나 철광석의 배합 비율 등 경험으로밖에 알 수 없는 생산 노하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3개월 동안 16%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낸 데 대해 회사 측은 “강한 사업 의지로 수익을 내기 위해 몇 년이나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2007년 고로 건설에 착수했을 때부터 수년 뒤 고로를 가동할 인력과 품질 관리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티센크루프에 2년 동안 직원 150여 명을 보내 일관제철소 주요 공정에 대해 현장 훈련을 받게 하고, 2008년에는 사내 교육센터를 열었다. 제철소 운영 경험이 풍부한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에서 엔지니어를 초빙해 기술 조언을 받은 것도 모자라 아예 설비 공급업체의 감독관 700여 명을 한국으로 불러 고로 건설부터 조업까지 매 단계를 밀착 지원하도록 했다.

고로를 목표에 맞게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준비된 인력’들이 있었다면, 구매자가 원하는 제품과 품질 수준에 재빨리 부응한 것은 선행 연구 덕분이었다. 현대제철은 2007년 가장 먼저 기술연구소부터 지어 일관제철소 공정을 미리 연구했고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용 강판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파악해 나갔다. 이 덕분에 4월 초 고로에서 후판을 생산하자마자 선급 인증을 받았고, 처음 출하한 후판을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베트남 국영조선사인 비나신사 등에 공급할 수 있었다.

○ “무모하다” 비난에 ‘뚝심’으로 응수

6조 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단 한 차례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강한 사업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현대차그룹이 일관제철소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을 때에는 ‘무모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회사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다른 글로벌 철강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류할 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직접 브라질, 호주 등으로 출장을 떠나 광산업체들과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고로 건설 중에는 1주일에도 2, 3차례씩 수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충남 당진군 공사 현장으로 헬기를 타고 날아가 진행 상황을 살폈다.

현대제철 측은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차 지붕과 도어 등 자동차강판 외판재를 올해까지 개발 완료하고 내년에 양산한다”며 “고로 2호기 공사도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단축해 올해 11월경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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