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키운 한국증시, 버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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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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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發 악재 넘기자 이번엔 미국發 경기둔화 복병

그래픽 김성훈 기자
그래픽 김성훈 기자
유럽발(發) 재정위기라는 파고를 어느 정도 넘긴 한국 증시에 미국발 경기회복세 둔화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사라질 듯하다 다시 나타나곤 하던 유럽발 악재처럼 미국발 악재도 길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 증시가 어디까지 견딜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가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유동성이 강하고 기업 실적이 좋은 한국 증시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자신감을 보여준 게 바로 16일 증시였다.

이날 코스피는 드라마틱한 곡선을 만들어갔다. 장이 열리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주가는 오전 한때 1.7%까지 떨어지다 장 마감 무렵에는 보합선인 0.17% 하락으로 회복됐다. 저점과 고점의 차가 무려 29.16포인트나 됐다.

이날 주가의 탄력성을 높인 힘은 연기금을 필두로 한 기관이었다. 현물과 선물시장의 가격 차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매매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3100억 원의 순매도가 쏟아지고 외국인투자가가 3500억 원어치나 팔았지만 기관이 이끌고 개인이 힘을 보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이런 모양새는 유럽발 악재가 불거졌던 5월의 상황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지수가 떨어져도 연기금이 자신감 있게 사들이지 못했었다.

양정원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 상무는 “유럽 위기 때는 연기금에서 ‘언제가 바닥이냐’며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씩 나눠서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움직임에 대해 ‘더블딥으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고용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희박할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고, 주택경기도 고점 대비 80%로 떨어져 있다”며 “추가로 악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블딥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의 위기는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구조적 위기였다면 이번 미국의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고, 국내 증시를 둘러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블딥 우려가 없다면 한국 증시는 올해 1,950 선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증권사들은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이익이 2분기에 고점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8.7배에 불과한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상으로 오르면 주가가 레벨업될 수 있다는 것.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곧 바닥을 치고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4일간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서 1조 원 넘게 팔았지만 한국시장과 관련 있는 해외 펀드들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선진국시장 펀드에서는 자금이 순유출되는 반면에 신흥시장 펀드로는 11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 펀드로도 9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미국의 상황이 신흥국의 경기마저 끌어내릴 정도로 악화되지 않는 한 한국 증시의 상승 추세는 살아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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