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휘발유 생산에 정유업계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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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제업’ 묶인 정유4社 “삼성토탈도 정제업 분류를”

‘4강 체제’를 유지해 온 국내 정유업계가 삼성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프랑스 토탈사가 합작한 삼성토탈이 항공유에 이어 휘발유까지 생산하는데도 ‘석유정제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기존 정유업체들은 석유정제업으로 분류돼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높은 세금도 부담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기업인 삼성토탈은 ‘석유수출입업 및 부산물판매업’으로 분류돼 이런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유업체들은 삼성토탈이 지난해부터 항공유와 선박유를 만들어 수출한 데 이어 최근 자동차용 휘발유까지 생산한 만큼 당연히 석유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토탈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업체와 달리 나프타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므로 석유정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현행법상 석유정제업은 원유나 석유제품을 정제해 ‘부산물인 석유제품을 제외한 다른 석유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자신들은 ‘부산물인 석유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현재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양이 적고, 생산한 석유제품은 모두 수출하므로 석유수출입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삼성토탈은 올해 항공유는 중국과 싱가포르에 60만 t을, 고급휘발유는 일본과 호주에 10만 t 정도를 수출할 계획이다. 기존 업체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정유업체들은 레드오션이 된 정유업계에 ‘삼성’이라는 최강자가 뛰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에너지 사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012년에 3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느냐”면서 “석유정제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내수에 진출하면 브랜드 파워와 세금 문제 등이 얽혀 불공정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정유업체들은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삼성토탈도 석유정제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정유업체와 삼성토탈은 지식경제부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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