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제 통신회사 아니다… IT서비스가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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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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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공룡’ 환골탈태 이끄는 이석채 회장의 실험

《KT의 별명은 ‘공룡’이었다. 몸은 큰데 머리는 작아 환경에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공룡. 지난해 취임한 이석채 회장은 1년 동안 이 이미지를 바꿨다. 대규모 희망퇴직(약 6000명)을 받으며 군살을 뺐고, 애플 아이폰을 수입하며 스마트폰 열풍도 일으켰다. KT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통신업계의 이슈를 몰고 다녔다. 그러자 더 큰 위기가 다가왔다. KT의 경쟁사인 국내 통신사들과 애플의 경쟁사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손잡고 ‘KT-애플’ 연합군을 따돌리는 모양새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13일 광화문 KT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줄(통신망)만 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입자를 좀 더 모아 통화료를 더 받는 게 KT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란 뜻이었다.》

○ KT 변화에 가속도

KT 직원들은 금요일이면 무선랜(Wi-Fi) 신호를 상징하는 부채꼴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근무한다. 금요일인 13일 만난 이석채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KT는 이미 전통적인 통신사가 아닌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라며 “변화를 중단하지도 속도를 늦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KT 직원들은 금요일이면 무선랜(Wi-Fi) 신호를 상징하는 부채꼴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근무한다. 금요일인 13일 만난 이석채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KT는 이미 전통적인 통신사가 아닌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라며 “변화를 중단하지도 속도를 늦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회장은 “KT는 컨버전스(융합)의 시대에 4, 5년 늦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를 더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통신과 컴퓨팅 능력, 각종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KT는 한때 여기에 뒤처졌다는 뜻이었다. 이 회장은 “그래서 취임했을 때보다 통신망 관리 인력을 약 40% 줄였고 외부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등 새 인력도 불러왔다”며 “이미 지금의 KT는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 통신사를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과거에는 통신망 관리 인력이 KT 인력의 7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50%로 줄었다.

이렇게 인력이 변하면서 KT의 주력 서비스도 바뀌고 있다. 최근 KT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기술을 이용해 기업과 개인에게 KT의 전산자원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최근 시작한 ‘유(U)클라우드’ 서비스는 KT 데이터센터의 하드디스크에 온라인으로 사진이나 문서를 저장해두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접속해 파일을 열어보는 서비스다. 데이터를 잃어버릴 걱정도, USB메모리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기업의 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전산 업무 전체를 KT에서 빌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 버려야 얻는다

이런 변화를 위해 이 회장은 ‘파트너’를 강조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예를 들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작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대기업이 사들여 더 큰 사업으로 성장시키는데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대가 없이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은 “취임 후 KT 직원들이 중소기업에 완성품을 가져오라 요구하던 걸 ‘그러지 말고 대충 된 것을 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으로부터 조금 부족한 기술을 사들여 이를 발전시키는 게 KT에도 좋고 벤처도 미래의 비전을 보고 더 나은 기술을 KT에 들고 오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또 ‘네스팟’이란 무선랜(Wi-Fi) 서비스와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기술처럼 KT가 많은 투자를 했지만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하던 서비스를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이 회장은 “예전엔 네스팟(무선랜), 와이브로 얘기만 하면 주가가 떨어졌는데 지금 투자자들은 이를 KT의 소중한 자산으로 재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가 없었다면 KT가 더 큰 비용이 드는 3세대(3G) 통신망에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KT가 작은 손해에 집착하는 ‘통계적 경영’을 해왔다면 나는 하나를 버리고 더 큰 걸 얻는 ‘다이내믹 경영’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 이석채의 마이웨이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KT 내부에서도 수많은 반론에 부딪히곤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소신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인상으로 이어졌고 일부 KT 직원들은 이른바 ‘혁신피로’라는 얘기까지 했다. 이를 묻자 이 회장은 “남들 잘되라 일하는 거라면 피로를 호소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자고 하는 일에 피로를 호소한다면 듣지 않겠다”며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으며 병사들이 피곤하다 했다고 쉬었다 갔느냐”고 되물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생긴 삼성전자와의 섭섭함에 대해 묻자 직설적인 답이 돌아왔다. 그는 “세계에서 아이폰을 파는 모든 통신사 가운데 차별대우를 받는 통신사는 KT뿐”이라며 “경쟁사가 갤럭시S를 많이 판다고 다른 제조업체가 차별대우하진 않는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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