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기술 수출 새 시장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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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우리가 쓸 배는 우리가 만든다” 산업보호주의 확산… 기회로 떠올라

대우조선 전담 조직 구성
STX-삼성重도 계약 체결

‘배를 못 팔게 하면 배 만드는 기술이라도 팔겠다.’

대우조선해양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시장에 조선소 건설·운영 컨설팅을 포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고 13일 밝혔다. ‘글로벌 오퍼레이션 센터(GOC)’라는 이름의 이 팀은 인원이 40명 정도로 회사 측은 현재 각 부문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중이다.

○ 산업보호주의를 새 비즈니스 기회로

GOC는 각 부문 전문가를 해당 국가로 직접 보내 지역 개발과 조선해양 관련 인프라 구축, 구매 및 운영 컨설팅, 프로젝트 관리(PM) 등을 도와주거나 대행해주고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 팀은 우선 러시아 앙골라 오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위탁 경영 또는 합작 조선소 설립 사업을 총괄하고, 앞으로 브라질 캐나다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등으로 대상 국가를 넓힐 계획이다.

대우조선 측은 GOC 설립에 대해 “조선 경기 불황 속에 점점 거세지고 있는 산업보호주의를 아예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쓸 배는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며 조선소를 새로 짓거나 입찰 조건을 자국 조선소에 유리하게 바꾸는 신흥 경제국이 늘어나자 ‘그렇다면 조선소나 대형 선박을 만드는 데 애로가 많을 테니 우리가 선진 기술로 도와주겠다’고 나선 셈이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폐쇄적인 시장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그 시장에 들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는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조선업체들에 최근 러시아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 경제국에서 일고 있는 조선산업 보호주의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모두 42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발주를 추진하면서 자국 건조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노하우 전수는 다시 신규 수주 기회로

대우조선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는 기술 지원을 향후 신규 수주로 유도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박영관 대우조선 경영관리팀 이사는 “조선산업은 한 조선소가 설계부터 자재 조달, 생산까지 일괄처리를 해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며 “여러 국가에서 ‘조선 노하우’에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기술 수출’을 추진 중이다. STX그룹은 지난달 러시아 국영기업 USC사와 손잡고 조선소 이전 지원과 기술센터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기술 지원을 해오던 브라질 1위의 조선업체인 아틀란티쿠와 올해 5월 1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지원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소들과 이들 나라의 기술 격차가 상당해 당분간은 위협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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