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 실업’ 고착… 탈출구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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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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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꺼려… 소비감소 → 고용침체 악순환
지난달 도심 374곳 중 291곳서 실업률 상승

미국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공식 실업률은 9.5%다. 1년 이상 10% 안팎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특히 캘리포니아 등을 중심으로 15%, 20% 이상 고(高)실업률에 허덕이는 도시들도 적지 않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LG화학의 미국 공장 기공식을 전격 방문하는 등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실직으로 인한 소득과 소비감소, 다시 고용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수년내 실업률 개선 난망

미국 노동부는 28일(현지 시간) 지난달 전국의 374개 도심 지역 중 78%에 해당하는 291곳의 실업률이 5월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12곳은 실업률이 15%를 넘었다. 여름을 맞아 대학생 등 젊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전선에 대거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P통신은 이날 “경기회복으로 올해는 어느 정도 나아지는 듯했지만 5, 6월에 고용이 둔화되면서 실업률이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이 최근 경제학자 4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은 “현재 9.5%의 실업률은 올 연말까지 낮아지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2015년은 돼야 5%대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 실업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번 일자리를 잃고 나면 재취업을 하는 게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실업자들의 평균 실직기간은 2008년 경기침체 이전만 해도 15∼20주에 머물렀지만 지난달엔 35.2주로 급증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실업자 중 절반 정도는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에 빠져 있다.

○ 신규고용 꺼리는 기업들

국제금융센터는 29일 보고서에서 “실업기간 장기화에 따른 실직자들의 기술력 저하는 재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특히 50대 후반∼60대 초반의 고령 실직자들은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실업률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주택경기 침체로 구직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실업급여 기간을 대폭 연장한 것도 구직동기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고용창출과 직결된 업종들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CNN머니는 27일 “미국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쌓아둔 현금이 1조 달러에 육박한다”며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에 짓눌린 기업들 사이에 고용과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2008년과 지난해에 사라진 850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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