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91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오늘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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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글쎄…” 뚜껑도 열기전 회의론
“각국에 동일기준 적용 무리… 지난해 美평가 때와 달라”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가 23일 유럽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에 따라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유럽 금융은 물론 경제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1년여 전 미국 대형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 속에 줄줄이 스트레스테스트를 받을 당시만 해도 “우리는 안전하다”고 큰소리쳤던 유럽 은행들로서는 민망한 뒷북인 셈. 미국은 지난해 이 테스트를 통해 은행의 투명성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증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역시 이와 유사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스트레스테스트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되레 불신을 키우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사는 미국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첫 번째 차이는 심사 대상인 은행 수가 91개로 미국의 19개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 BNP파리바 같은 대형 글로벌 은행 외에 그리스의 알파은행이나 스페인의 지방은행 ‘카하’ 같은 소규모 은행들도 포함돼 있다. 각국 금융시장 상황이 모두 달라 은행들을 한 가지 잣대로 재단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둘째, 유럽 국가들 사이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각국 정부가 심사 기준과 방식 등을 놓고 시작부터 의견 충돌을 빚은 점이 이미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처리를 놓고 각국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국채에 대해 40% 정도의 가치 하락을 산정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장부상의 계산일 뿐 실제 손실 규모와는 다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발표 직전까지 계속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셋째, 중앙 금융당국의 리더십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그 역할을 해온 유럽중앙은행(ECB)의 영향력도 약하다. 미국의 경우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떠안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와 은행 모두에 확고했던 반면,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조차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테스트 결과 및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결과 발표를 2주 앞두고 테스트에 적용된 방법론과 기준 등에 대한 백서를 발표해 의혹 불식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 달리 유럽에서 이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10∼20개 은행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은행 수가 거론되면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테스트의 역작용을 각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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