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미분양아파트 5월 1957채… ‘비인기’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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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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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물량이 대부분 “가격-입지 경쟁력 뒤져”

최근 A 씨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단지 미분양 물량에 관심을 갖고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 인근 부동산에 들렀다. 이 아파트는 인근에 입주한 지 2년도 안 된 새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1억 원 이상 비쌌다. 그는 “왜 이 아파트가 미분양됐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며 “주변 아파트에 비해 턱없이 비싼데 굳이 이 아파트를 고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M부동산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를 보러 오는 사람이 하루에 한두 명은 있다”며 “대부분 가격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찾아왔다가 비싼 가격을 보고 결국 매매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 서울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높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까지 미분양 아파트 비상이 걸렸다.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1957채로 전월보다 382채 늘었다.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지난해 5월 248채에서 올해 5월 849채로 크게 늘었다.

동아일보가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의뢰해 서울 미분양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의 시세를 비교한 결과 미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중대형 평형으로 인근 아파트보다 1억∼2억 원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입주 예정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173m² 분양가는 13억9000만 원으로 2006년 완공된 인근 더샵스타리버 시세 11억5000만 원보다 2억4000만 원 이상 비쌌다. 내년 12월 입주하는 금호자이 140m²는 8억8900만 원이지만 2006년 입주를 시작한 신금호두산위브 142m²는 6억8500만 원이다. 2012년 입주 예정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엠코타운 109m²는 6억9900만 원이지만 2003년 입주한 같은 동 중앙하이츠빌 105m²는 5억2000만 원 수준이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 1957채는 △60m² 미만 160채 △60∼85m² 508채 △85m² 초과 1289채로 대형의 비중이 컸다. 이 아파트들은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인근 시세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 아파트들이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여서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상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여야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 좋을 때 뛰어들었지만…

한창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뛰어들었다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측면도 있다. H건설사 관계자는 “최소한의 이윤을 남기려면 최근 부동산 경기와 관계없이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손해를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파트 값이 고공 행진할 때 건설사들이 중대형 위주로 건설해 이익을 많이 챙기려 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고 핵가족화로 출산율도 떨어지는 만큼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분양가에 비해 입지가 좋지 않거나 브랜드 파워 같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미분양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고덕동은 3.3m²당 3000만 원대로 강남권과 비슷하게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강동구를 강남권으로 여기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을 빼면 일반분양 물량은 낮은 층이거나 꼭대기 층, 향이 좋지 않은 식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미분양으로 남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회복되면 또다시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물량 대부분은 대형이나 저층 위주로 시간이 지나고 입주가 시작될 무렵이면 충분히 해소될 정도의 작은 규모”라며 “서울에 불 꺼진 아파트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경목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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