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날 특집] 김석준 회장, ‘기적의 건축’ MBS호텔 등 명품건설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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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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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BMW’를 만들자”

30년간 “현장제일주의” 설날 추석 등 명절마다
해외 건설현장 찾아 직원들과 함께 차례




“건설업계에서도 벤츠나 BMW 같은 명품 건설사가 나와야 합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프로젝트 수주 등을 통해 명품 건설사로 도약하겠습니다.”

쌍용건설 김석준 대표이사 회장은 1983년 30세의 젊은 나이로 사장에 오른 이래 30년 가까이 건설과 인연을 맺고 있다. ‘명품 건설’을 부르짖지만 정작 본인의 일상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마다 해외 건설현장을 찾아 고향에 가지 못한 직원들과 함께 차례를 지낸다. 크고 작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수주 단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발주처에 공사 책임자로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장제일주의와 탄탄한 해외 인맥은 쌍용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화교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맺어왔다. 2006년 최고급 주거시설인 ‘오션 프런트 콘도미니엄’ 수주에 이어 지난해 W호텔 공사를 수주한 데도 김 회장이 ‘브러더(brother)’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이 지내는 싱가포르 최대기업 ‘홍릉그룹’ 오너와의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6월 말 완공한 마리나베이샌즈(MBS) 호텔 수주 과정에서도 그의 인맥은 빛을 발했다. 입찰을 준비하던 중 에드먼드 청 윙타이그룹 회장이 마리나베이샌즈 프로젝트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가운데 한 명인 조지 타나시제비치 라스베이거스샌즈 부사장을 김 회장에게 소개한 것. 이후 해외 출장 때마다 발주처 관계자를 만나 회사 홍보용 책자를 펼쳐 보이며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한번은 회사를 찾았더니 발주처 고위 관계자가 허리가 아파 출근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며 “그 관계자가 공사담당 임원들까지 집으로 불러 모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그 자리에서 우리 본사를 방문하겠다는 약속까지 얻어냈다”고 말했다.

MBS 호텔은 김 회장의 자부심이다. 2007년 9월 6억8600만 달러에 수주한 이 공사는 당시 한국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였다. 지상 55층짜리 3개 동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카드 두장을 맞대 마치 ‘들 입(入)’ 자 모양으로 서 있다. 피사의 사탑보다 10배가량 더 기울게 설계돼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린다. 이 공사를 통해 쌍용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신도시 프로젝트에 참석했는데 회사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됐다”며 “MBS 호텔의 완공은 세계적으로 기술력 보증서를 받은 셈이며 앞으로 각국 최고 랜드마크에만 입찰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누구보다 MBS 호텔에 대한 애착이 큰 김 회장이지만 정작 직원들에게는 ‘이제 MBS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라’고 주문하고 있다. 성공에 취하지 말고 다시 신발 끈을 졸라매자는 뜻이다. 그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대규모 도시개발, 고급 건축, 사회 인프라 시설 등의 수주가 전망되며 플랜트 부문에서는 환경, 담수, 발전 부문을 특화해 공략할 계획”이라며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여 온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올해 하반기에는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친환경 건설 분야도 강화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그린빌딩’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적인 권위의 미국 친환경인증제도(LEED) 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있고 최첨단 3차원(3D) 설계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며 “업계 최초로 현장의 탄소배출량을 통합 관리하는 ‘탄소총량제’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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