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시장 산업용 가스, 첨단산업 ‘비타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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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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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부터 반도체-치질수술까지 광범위 활용
산소-질소 등 원료비 한푼 안들어… 매년 10% 급성장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달 나로호 발사는 항공우주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업계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에 실린 액체 추진체 때문이다.

나로호는 발사체 연료로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을 사용했다. 발사체가 추진력을 얻으려면 연료를 연소시켜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산화제가 산업용 가스인 액체산소다. 로켓이 발사될 때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연소 반응의 결과다.

산업용 가스는 우주로켓 발사 외에도 식품 냉동에서 치질 수술까지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산업용 가스가 최근 우주산업, 신수종 개발 사업 등으로 신규 수요처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 무한한 공기를 원료로 제품 생산

지난달 25일 기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산업용 가스를 양산하는 대성산업가스의 경기 안산시 반월공장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대기 중의 공기를 빨아들여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의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가스의 ‘원료’는 공기. 원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생산 공정도 단순하다. 원료인 ‘공기’가 기계실에서 압축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예비 정제과정, 공기를 냉각시키는 열교환기, ‘콜드박스’로 불리는 보냉장치를 차례로 거치면 산소, 질소, 아르곤으로 분리돼 추출된다.

관건은 초저온 기술이다. 박두호 반월공장 생산안전관리팀장은 “공기의 액화온도가 극도로 낮기 때문에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몇몇 선진 기업만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기체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데 산소는 영하 183도, 질소는 영하 196도, 아르곤은 영하 186도 등이다. 초저온 기술력에 따라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고순도 가스를 분리해낼 수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최근 나로호를 쏘아올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산업용 가스공급 설비를 설치하고 산화제로 사용된 액체산소를 공급했다. 연료와 액체산소 무게는 130t으로 나로호 발사체 전체 무게 140t의 90%가 넘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 산업의 비타민으로 전 영역에서 사용

현재 산업용 가스의 국내 시장은 1조1000억 원 규모. 최근 각 분야의 신수종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8%. 나머지는 미국 독일 등지에서 수입한다.

영하 196도에서 액화되는 액체질소는 각종 육가공 및 수산물을 급속 냉각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관할 때도 사용한다. 식품업체에서 과자류의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포장을 부풀리거나, 캔 음료의 둥근 형태를 유지시킬 때에도 질소를 투입한다. 병원에서도 널리 쓰인다. 치질 수술이 대표적으로 수술 환부를 액체질소로 냉각시킨 뒤 치료를 하게 된다.

아르곤은 단열유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2중·3중 유리 사이에 아르곤을 넣어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것. 또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잉곳(금속을 녹인 뒤 주형에 넣고 굳힌 것)을 생산할 때 불순물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도 관련이 깊다. 이 밖에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반도체 제조 등에도 특수가스를 사용하는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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