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사법제도 세계 5위 수준” 이젠 한국이 외국법원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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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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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조사에서 좋은 평가… 기업환경 전반적 상승
재판 만족도 높아져 한국 사법제도 세계가 주목

세계은행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0년 기업환경 보고서’(Doing Business Annual Report 2010)에서 한국은 전년 대비 4계단 상승한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평가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순위인 30위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이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기업 간 분쟁 해결에 드는 시간과 비용, 절차 등을 분석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따지는 사법제도 분야에서 183개 국가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창업 난이도(53위) △인·허가 부문(23위) △투자자 보호(73위) △조세제도(49위) 등 다른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종합순위에서 2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법제도 분야에서 1∼4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홍콩, 노르웨이가 경제규모나 사법부의 규모 면에서 한국과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려울 만큼 작은 국가들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사실상 1위를 차지한 셈이다.

○ 구술심리 강화로 재판 만족도 높아져


한국이 사법제도 분야에서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구술(口述)심리가 강화돼 소송당사자들의 재판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법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재판부마다 특정 요일을 지정해 재판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시간마다 20∼30건꼴로 재판이 진행됐고, 법정은 당사자와 방청객, 변호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사건의 심리에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이 배정되다 보니 사건 당사자가 법정에서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이라도 하려 들면 재판장은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써서 내라”고 제지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11월 구술심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민사소송 규칙을 개정해 재판 당사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했다. 판사가 사무실에서 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쓰는 대신 법정에서 양측의 공방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건의 처리방향을 드러내도록 해 소송 당사자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위해 법정의 수를 크게 늘리고 소송 당사자들의 원활한 변론 진행을 위해 법정 안에 대형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재판 상황을 녹화하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법원의 이 같은 변화는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재판다운 재판을 받았다”, “재판과정을 잘 이해하게 돼 승패를 떠나 판결에 수긍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상소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재판 진행 중에 화해·조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시도의 증가로 이어졌다.

○ 외국 법원들 “한국을 배우자”


우리 사법부의 국제경쟁력은 외국 법원들이 한국의 사법제도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대법원이 2002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외국법관 연수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중국, 태국,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300여 명의 법관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해당 국가에서 대법원장, 대법관 등 최고위직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지난달에는 34개국 250여 명의 여성 법관이 참여하는 세계여성법관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굵직한 국제회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준공을 목표로 베트남의 법관연수원 건설을 지원하는 등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사법 인프라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선진 전자소송, 전자등기 시스템에 대한 해외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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