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건설사-저축은행 구조조정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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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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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로 줄도산 공포
저축銀PF대출 8조 부실우려
기업 65곳 구조조정 대상
은행권 3조 추가충당금 필요
자기자본비율 하락 불가피

채권은행단 간사 은행인 우리은행의 이종휘 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업상시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채권은행단 간사 은행인 우리은행의 이종휘 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업상시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채권은행단이 500억 원 이상 빚을 진 기업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확정함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들어가게 됐다. 또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떠오른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사주는 대신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기로 결정하면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대거 올랐다는 점에서 그동안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엄포만 놓았을 뿐 실제 노력은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문제가 일찌감치 예고됐는데도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건설업 부실 대형 업체로 확산

채권단이 밝힌 부실업체는 모두 65곳으로 지난해의 79곳보다는 14곳 줄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됐던 조선업이 지난해 7곳에서 올해 3곳으로,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해운업이 10곳에서 1곳으로 각각 감소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건설업이다. 건설사는 29곳에서 16곳으로 줄었지만 시행사까지 포함할 경우 37곳에서 33곳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이 중소형 업체에서 대형 업체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9곳 중 시공능력 26위인 벽산건설을 비롯해 50위권 건설사가 5곳이나 포함됐다. 또 전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상장사로 분류된 16곳 가운데에도 건설사가 5곳이나 돼 건설업계에서는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은 채 숫자만 공개하자 한국거래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한일건설, 중앙건설, 남광토건, 벽산건설, 성지건설, 미주제강, 성원파이프, 중앙디자인, 네오세미테크, 톰보이, 엠비성산, 재영솔루텍 등 12개 기업에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여부를 묻는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 PF 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지적도

정부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스템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부실은 업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는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7000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준 지 1년 반 만에 4조 원에 가까운 부실이 추가로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공적자금 투입으로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이 10.6%에서 6.5%로 낮아지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7.47%에서 8.88%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부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이번 평가에서 ‘정상’ 또는 ‘보통’으로 분류됐던 PF 대출 8조6000억 원도 상당 부분 부실화될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올해 안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 부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강력한 구조조정 이어질 듯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기업이 65곳에 이르면서 금융권의 손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무와 보증을 합친 신용공여액이 16조7000억 원이나 되는 탓에 3조 원 안팎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도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워크아웃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선 자산 매각, 인수합병(M&A), 경비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이 담긴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한숨 돌리게 된 저축은행에도 자구노력을 요구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특히 부실채권을 사주기로 한 저축은행 63곳에 대해선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 대주주 증자, 자산 매각 등을 강력하게 주문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7∼10월에 신용공여액 50억 원 이상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상시위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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