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절반, 新경영 두려움에 잠 못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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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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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전세계 CEO 1541명 인터뷰 조사

원유 유출-위안화 절상 등 예측불허 경영환경에 CEO 절반이상 당혹감

위기 딛고 성공한 6% CEO “비결은 창의경영-고객중시”

《“1부터 5까지의 눈금이 있는 저울로 우리 회사가 겪게 될 경영환경의 복잡성을 측정한다면 아마 100 정도일 겁니다.” 위생용품업체 다이버시의 최고경영자(CEO) 에드워드 로너건의 말이다. 세계의 CEO들은 2010년의 경영환경을 ‘극도의 복잡함’으로 요약했다. 이는 IBM이 2년마다 세계 각국의 CEO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글로벌 CEO 연구’의 결과다. IBM은 2004년 이 조사를 처음 시작했으며 올해로 4회째다. 이번 조사는 세계 1541명의 CEO와 공공기관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뒤 이뤄졌다.》
○ 복잡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연간 사업계획을 짜는 게 의미가 없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덮치자 국내 기업 전략담당자들은 도저히 2009년 사업계획을 짤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때문에 한 달 앞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IBM의 조사에 따르면 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번 조사를 이끌었던 IBM 글로벌비즈니스컨설팅의 솔 버먼 전략부문 대표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미국 멕시코 만의 원유 유출, 남유럽의 금융 부채, 중국의 위안화 절상 등 예전에는 먼 지역에서 벌어져서 큰 의미가 없던 일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제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언제 어디서든 찾아오는 시기에 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복잡함에 대한 두려움은 최근 한두 해 사이에 새롭게 생겨났다. IBM의 네 차례 글로벌 CEO 연구를 살피면 2004년에는 CEO들이 ‘매출 증대’를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로 삼았다. 상대적으로 세계 경제가 호황기였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비즈니스 혁신’이, 2008년에는 ‘미래에 다가올 기회 포착’이 각각 중요한 의제였다. 이 또한 새로 열리는 기회를 잡겠다는 낙관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복잡성 관리’가 중심 의제가 됐다. 보고서는 “CEO의 절반 이상이 이 같은 복잡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탁월한 기업’의 특징

하지만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존재했다. 약 6%의 CEO가 복잡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늘리거나 적자를 보던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이들은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 △창의적인 리더십 △소비자에 대한 집중 △기민한 기업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창의적인 리더십이란 CEO가 직접 기존에 없었던 시도를 이끌어내는 것을 뜻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통신사 악시아타의 자말루딘 이브라힘 CEO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정한 뒤 미래에 자신이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배포할 보도자료를 미리 쓰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할 부서를 미리 고민해보고,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소비자에 대한 집중이란 고객을 기존과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걸 뜻한다. 예를 들어 아이보리 비누, 프링글스 과자 등으로 유명한 P&G는 과거 신제품을 100%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제품 개발에 고객이나 협력사의 아이디어를 사용해 외부 R&D로 만드는 제품 비중을 50% 수준까지 늘렸다. 고객에게 P&G의 제품을 ‘내가 만든 제품’이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다. 기업과 고객 사이가 훨씬 가까워진 것이다.

기민한 기업 운영은 글로벌 전략을 뜻한다. 2004년 조사에서 CEO들은 세계화를 그저 필요한 것, 해야 하는 일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2008년에는 세계화가 이미 보편화돼 있었다. 중요한 건 세계 각지의 사업장을 통합 관리할 ‘통합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2010년에는 통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세계 각지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터져 나오는 사건과 사고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래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기업을 ‘단순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IBM의 분석이다.

버먼 대표는 “탁월한 성과를 낸 CEO들은 새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이미 수립된 전략을 바탕으로 개별 상황마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했다”며 “의사결정이 빠르고 운영 방향의 수정도 빠른 기업이 성공을 거둔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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