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가전시장 잡아야 진정한 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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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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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LG전자저팬 사장
“日업계 판도 재편 소용돌이”
“한국기업 진출 확대할 기회…싸구려 이미지 벗어나야”

“세계 일류 브랜드가 되려면 일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이규홍 LG전자저팬 사장(53·사진)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소비자의 요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제는 일본 시장에 도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 백색가전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유달리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일본 내수시장에서 자본과 기술, 인력, 정보 등이 모두 갖춰진 일본 가전업체와 겨루는 것은 애당초 승산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단기간에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두고 고전하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동남아 등 개도국은 비용 대비 편익이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범용제품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엔드 제품으로 옮아가는 게 산업의 진화 방향임을 감안하면 성숙시장인 일본은 한판승부를 벌여야 할 ‘검증대’”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일본은 안정된 소득을 가진 중산층 인구가 풍부한 세계 2위의 내수시장인 데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제품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별로 10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각축을 벌이던 업계가 ‘TV 4개사’ ‘휴대전화 6개사’ 등으로 재편되는 점도 한국 기업으로선 기회다. 업계 판도가 뒤바뀌는 상황은 한국 제품을 착실히 알려 나갈 기회인 셈. 백색가전에서는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등 일부 품목에서 한국 제품 이미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휴대전화 단일 기종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대를 판매해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싸구려’ ‘저품질’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는 게 그의 설명.

이 사장은 “일본은 한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고 비슷한 문화권인 것 같지만 일상생활의 작은 차이가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며 “한국에서 검증받은 제품을 그대로 일본에 가져오면 절대 성공할 수 없고 철저한 시장탐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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