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FTA 체결 임박… 관세 불리한 한국 ‘직격탄’
韓-대만, 對中수출 상위 20품목 가운데 14개 겹쳐
《중국과 대만 간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타결이 이르면 이달 말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03년 홍콩, 마카오와도 유사한 성격의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과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화권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는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양안 간 ECFA가 순조롭게 타결되면 2008년 5월 마잉주(馬英九) 총통 취임 이후 가속화하는 양측 간 교류 강화가 또 하나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은 중국 수출 품목이 겹치는 게 많아 양안 간 협정 체결은 한국의 대중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양안 700개 품목 우선 관세 인하 접근
양안 교류 창구인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는 13, 14일 베이징(北京)에서 ECFA 체결을 위한 3차 협상을 가졌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머리말과 총칙, 무역과 투자, 경제협력, 조기수확(관세 인하 우선 품목 리스트), 기타 등 5장 16개 조의 협상안을 마련했다고 반관영통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중국은 대만에 우선적으로 관세를 인하 또는 폐지할 품목, 즉 ‘조기수확’ 리스트로 석유화학 기계 방직 등 업종의 약 500개를 제시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중국에 약 200개를 제시했다. 중국은 조기수확 리스트를 선정하면서 대만의 취약 업종과 중소기업을 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만에서 야당인 민진당 등이 ECFA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ECFA 체결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마 총통의 입지를 강화해주기 위해 양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만 롄허(聯合)보는 “대만이 관세인하 품목에 포함되기를 바랐던 공작기계나 완성차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한편 중국은 협정 내용 가운데 정치적으로 미묘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구절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즉, 대만은 “ECFA 체결 후 양안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함께 참여한다”는 구절을 넣기를 원했다. 하지만 대만을 대등한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중국의 1개 지방정부로 보는 중국은 이 같은 구절이 양측 관계가 마치 ‘국제적 관계’로 읽힐 수 있다며 반대해 포함하지 않았다. 대만도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점을 감안해 추가로 국제경제 기구에 가입하는 문제를 협정 체결의 걸림돌로 삼지는 않았다고 롄허보는 전했다.
양측은 이르면 이달 하순, 늦어도 다음 달 초엔 협상을 공식 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중 FTA 가속화론 힘 얻나
2009년 한국무역협회(KITA) 무역통계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의 대중 수출 품목을 비교해보면 상위 20개 중 14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에서 겹치는 14개 품목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이나 된다. 물론 이 중 양측이 모두 1위 품목인 전자집적회로(반도체)는 중국이 무관세로 하고 있는 품목이어서 양안 간에 ECFA가 체결돼도 영향이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양안이 관세 우선 인하 품목으로 거론하는 기계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및 관련 산업이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로 양안 ECFA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IEP 베이징사무소 소장 양평섭 박사는 “대만이 ‘조기수확’ 리스트로 중국 측에 제시한 품목 자체가 다분히 한국의 대중 수출품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양안 ECFA를 통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려는 주요 타깃이 한국 제품이라는 것. 현재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 플라스틱류는 6∼12%, 유기화합물은 6.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양 박사는 “한중 간 FTA 협상은 무엇보다 양안 간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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