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이철휘 막판까지 ‘박빙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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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① 면접이 당락 좌우?
魚앞서고 李추격 양상… 막판 역전드라마 가능성

② KB금융 청사진은
魚, 우리금융 인수 시사… 李, 외환은행에 더 관심

③ 관치금융 논란은
누가되든 현정권 인물… 정치적 요인 개입 주목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그룹을 앞으로 3년간 진두지휘할 차기 회장 선출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 차기 회장은 자리의 중요성만큼이나 선출 과정에서 ‘관치(官治)금융’ ‘일부 사외이사의 전횡’ 등 국내 은행권에 잠복해 있던 여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금융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KB 회장은 앞으로 본격화할 은행간 인수합병(M&A)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키 플레이어(Key Player)’라는 점에서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은행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15일 열리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면접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은 13일 현재 3명으로 압축됐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65),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57),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66)이 후보군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사진 가운데 조직통합 능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 회장 선출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① ‘어윤대 vs 이철휘’ 2파전

회추위가 이달 초 밝힌 후보군에는 3명 외에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도 있었다. 하지만 유력한 ‘조커’였던 김 대표가 12일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경쟁구도는 3파전으로 바뀌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사실상 어 위원장과 이 사장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지방은행 경력이 대부분인 이화언 전 행장은 경쟁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 위원장과 이 사장은 면접에서 밝힐 KB금융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세(勢)를 늘리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 특정 후보가 유력하다는 ‘대세론’이 나돌고 ‘KB의 ○○ 임원이 △△ 후보에게 줄 대기를 한다’는 식의 루머까지 등장하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쟁에선 어 위원장이 근소하게 앞서고 이 사장이 맹렬히 추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막판까지 승자를 점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두 후보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청사진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KB금융 회장으로 선출되려면 1인 1표를 가진 9명의 회추위 위원으로부터 6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② M&A 전략 미묘한 차이

KB금융 회추위가 당초 밝힌 차기 회장의 자격기준은 조직통합 능력, 강력한 리더십, 국제감각과 경험, 금융전문성, 인품, 전략적 의사결정 및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다소 두루뭉술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회추위 관계자는 13일 “회추위 위원들이 최종 면접에서 평가할 것은 크게 두 가지”라며 “첫째 조직통합, 둘째 생산성 향상 방안”이라고 구체화했다.

회추위가 조직통합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은 KB금융이 M&A를 통해 성장해오면서 구성원들끼리의 알력이 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잉여인력을 어떻게 해소할지와 함께 M&A를 통한 성장 방안도 중점 평가 대상으로 꼽았다.

KB금융의 조직통합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는 어 위원장과 이 사장의 시각이 비슷하지만 M&A 전략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어 위원장은 “국외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 보증을 설 수 있는 수준, 즉 자산 규모 세계 50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우리금융그룹 인수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칠 경우 자산 650조 원 규모로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가 등장하게 된다.
회추위 ‘관치 논란’ 없애려 신중 또 신중

이 사장은 상대적으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더 많다. 그는 “우리금융 인수는 합병 후 시너지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지만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이 제시되는 게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③ 이번엔 ‘관치금융 논란’ 없을까

관치 논란의 재연 가능성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하다가 관치금융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다만 어 위원장과 이 사장 중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든 관치 논란이 재연될 소지는 있다. 두 후보 모두 현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사장은 김백준 대통령총무기획관의 처남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두 후보가 경합하는 것은 결국 KB금융 회추위가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두 후보의 청사진 외에 정치적 요인이 막판까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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