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그룹차원 참여는 ‘글로벌 공략 준비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마힌드라그룹, SUV기술 겨냥 인수의지 강해

■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

쌍용자동차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28일 자동차업계의 최대 화제는 프랑스 르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식이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 대우버스 등과 달리 그동안 르노그룹은 쌍용차 인수 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2003년에도 르노그룹은 극비리에 인수 타당성을 검토한 후 LOI 접수 마감을 며칠 앞두고 인수전 참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르노그룹의 철통 보안 때문에 쌍용차나 매각주간사회사인 맥쿼리증권, 삼정KPMG 측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운신의 폭’ 넓은 르노그룹이 나서

쌍용차의 인수 주체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아니라 르노그룹이다. 구체적으로는 르노그룹의 르노자동차가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쌍용차는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쌍용차 인수에 르노그룹이 직접 나선 것은 쌍용차를 르노삼성의 자회사로 두는 것보다는 직할 체제에 두는 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 용이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에 임할 때 르노삼성보다는 르노그룹이 운신의 폭이 클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르노삼성이 인수전에 나서면 국내 문제가 되지만 르노그룹이 인수 주체가 되면 국제 문제가 된다”며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르노삼성이 삼성자동차 인수 대금 6150억 원 중 3064억 원을 아직 갚지 못한 점도 고려 대상이 됐을 수 있다. 삼성차를 인수한 지 10년이 됐지만 매각 대금의 절반 정도만 지급한 상황에서 쌍용차 인수에 나설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법정관리인이 마힌드라그룹 접촉

쌍용차 매각이 진행되면서 일찌감치 인수 후보로 거론된 마힌드라그룹은 이유일 공동관리인이 직접 접촉해 쌍용차의 잠재력 등을 설명했다. 마힌드라그룹은 남미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쌍용차의 SUV 기술을 탐내 쌍용차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그룹은 2008년 재규어 랜드로버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인도 내 경쟁 회사인 타타자동차에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를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인도 언론들은 전한다.

영안모자는 그동안 직접 쌍용차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론 자회사인 대우버스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모자 회사보다는 자동차 회사가 직접 인수 주체로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LOI 접수에 자동차업체 3곳을 포함해 국내외 기업 7곳이 참여하자 쌍용차는 자축하는 분위기다. 직원들도 르노그룹의 참여 소식을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매각 성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LOI 제출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일단 회사 정보나 들여다보자”는 식으로 LOI를 낸 곳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