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W기업’ 체질변화 가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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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표 SNS’ 개발 나서… 대학에 ‘바다’ 정규강좌 개설 추진

전통의 하드웨어 명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삼성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개발하고, 국내 대학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영체제(OS) ‘바다’를 가르치는 정규 강좌 개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1위 하드웨어 기업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강화 실험이 애플과 구글을 뛰어넘는 혁신을 가져올지, 그저 뒷북치기로 끝날지 주목된다.

○ 삼성표 SNS가 나온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미디어솔루션센터(MSC)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SNS 애플리케이션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SNS에 올라오는 새 소식을 일일이 찾아가서 보는 대신 삼성전자가 만드는 SNS로 불러와 한 번에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를 드라마나 스포츠 등 주제별로 분류해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모토로라의 ‘모토블러’나 HTC의 ‘프렌드스트림’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OS와 바다 OS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SNS를 개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도 벌인다.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에 삼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OS인 ‘바다’를 가르치는 강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 학생들에게 바다 OS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휴대전화학과나 컴퓨터공학과 등을 대상으로 강의 개설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엔 일찍부터 맞춤형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미래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 또 바다 OS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바다 OS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위한 가이드북’도 출판할 예정이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인력 수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영입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강태진 전무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업계 인력을 발굴하고 끌어들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 차별화보다 협력에 힘써야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발(發) 애플리케이션 개발 붐 등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지성 사장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리 사업의 체질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친화적으로 바꾸고, 서비스와 솔루션을 덧붙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지금이라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하드웨어 분야의 강점을 소프트웨어와 잘 융합시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지금 투자해도 애플과 구글을 따라가기만 할 뿐 앞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IT 전문지인 C넷은 “바다와 안드로이드 등 리눅스 기반 OS는 서로 협력하기보다 경쟁을 위한 차별화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애플을 추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바다(BADA) OS와 관련해서 “첫 세 글자만 보면 ‘나쁘다(BAD)’라는 뜻이 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성조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최고 경영진이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전략을 보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를 따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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