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경기 미달-서울 강남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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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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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일반공급 사전 예약

국토부 “부동산 침체 여파 청약자 대거 관망세로”
전문가 “분양가 오르고 조건 까다로워 매력 약화”

좋은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로 부동산 시장을 장악했던 보금자리주택이 2차 지구 청약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헐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금자리 천하’ ‘보금자리 쇼크’라는 말을 낳으며 무주택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2차 지구에서는 신청자격을 낮춰 마지막 날까지 접수를 했는데도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히 청약률이 극히 저조했던 경기 지역에 대해서는 분양가 조정이나 공급계획 및 물량 조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국토해양부의 집계에 따르면 25일 마감된 2차 보금자리지구 일반공급 사전예약에서 원래 배정된 6338채의 21%인 1333채가 미달됐다. 미달 물량은 시흥은계지구에서 728채로 가장 많았고 남양주진건 559채, 부천옥길 46채 등 모두 경기권에서 발생했다. 반면에 서울 강남지역인 내곡과 세곡2지구는 각각 9.8 대 1, 12.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돼 대조를 이뤘다.

이런 현상은 특별공급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양주진건, 시흥은계지구의 특별공급 청약률은 0.4 대 1이었고 부천옥길이 0.8 대 1, 구리갈매가 1.1 대 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청약 부진으로 특별공급 때도 경기권을 중심으로 4257채나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여 가구 수는 1지망 지원자만을 계산한 것으로 이를 2, 3지망 지원자들에게 공급하면 미달 물량은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만약 2, 3지망에서도 미달되면 나머지 물량은 내년에 있을 본청약에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량 미달 사태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시범지구, 올 3월 위례신도시 사전예약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시범지구 청약 때도 강남 선호현상은 물론 있었지만 전체 청약경쟁률이 평균 4.1 대 1로 이번 2차(2.0 대 1) 때보다 훨씬 높았다. 또 위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때는 경쟁률이 무려 14.8 대 1까지 치솟았다.

국토부는 2차 지구의 청약률이 저조한 것에 대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청약자들이 일단 시장을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지만 민간의 생각은 다르다. 저렴한 줄만 알았던 보금자리주택이 예전보다 비싸진 데다 전매 제한과 의무거주기간 등 입주조건도 까다로워 결국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경우 보금자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향후 집값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 보금자리 분양가와 민간아파트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의 위축이 가뜩이나 침체된 민간분양시장의 부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예전엔 ‘공공주택은 다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게 ‘보금자리마저 미분양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그만큼 요즘 시장이 어렵다는 뜻으로 민간 분양에 오히려 더 악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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