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현장에서/“모델하우스는 결국 누구 돈으로 짓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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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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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의 거품을 빼달라고 말한 뒤 정부가 보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실물 모델하우스 대신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업계에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되어야 한다” “주택 건설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는 등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에 앞서 아파트 대지 인근에 모델하우스를 짓는다. 임시로 짓고 분양이 끝나면 철거하는 가건물이지만 겉모습도 화려하고 내부에는 잘 꾸며놓은 인테리어와 고급 가구, 전자제품 등을 배치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모델하우스에 드는 비용은 업계 비밀이다. 건설사들은 한결같이 공식적으로 답변하길 꺼렸다. 한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억∼30억 원의 건축 비용이 든다”며 “모델하우스에 비치돼 있는 모형도를 제작하는 데만 2억∼3억 원이 든다”고 말했다.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모델하우스는 더욱 화려해진다. 고객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오래 머물러 있게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계약을 하도록 만드는 게 모델하우스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해외 유명건축가가 설계해 미술관처럼 지은 모델하우스를 비롯해 실제 지어질 아파트를 보여주는 3D영상관을 갖춘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경품행사를 하거나 각종 공연을 펼치고 무료 음료나 다과, 기념품 등을 제공한다.

물론 건설사들에게도 모델하우스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모델하우스를 안 짓자니 아파트가 안 팔릴 것 같고 짓자니 분양가가 높아진다. 또 모델하우스를 원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안 지을 수도 없고 다른 경쟁업체들을 무시하고 혼자만 안 지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아파트 하나만 팔아도 몇 억씩 남는다’는 통 큰 주택건설업계인 만큼 모델하우스와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적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델하우스 건축비와 마케팅 비용은 모두 분양가에 전가돼서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건설사들은 업계 관행을 버리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나 샘플하우스 등 대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후분양 방식을 택하면 건축 중인 건물에 실제와 똑같은 샘플하우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를 더 비싸고 매력적으로 짓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안 짓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황형준 경제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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