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없는 아파트, 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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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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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건설 기술硏 최첨단 실험현장 가보니
반도체 공장 특수센서 적용
아파트 자체를 클린룸으로
박사급 24명 등 연구원 42명
친환경 건축SW 개발 한창

GS건설 기술연구소의 클린룸 실험동에서 한 연구원이 로봇 구동 시 공기의 흐름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이 연구소는 클린룸에 적용한 특수센서를 이용해 ‘아토피 없는 아파트’를 개발 중이다. 사진 제공 GS건설
GS건설 기술연구소의 클린룸 실험동에서 한 연구원이 로봇 구동 시 공기의 흐름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이 연구소는 클린룸에 적용한 특수센서를 이용해 ‘아토피 없는 아파트’를 개발 중이다. 사진 제공 GS건설
7일 오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GS건설 기술연구소의 ‘클린룸’.

보통 클린룸은 연구소, 대학 등에서 미세한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하는 별도의 실험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클린룸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입주자들이 유해물질이 없는 곳에 살도록 하기 위해 반도체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과학을 적용한 것이다.

이 실험동에서 개발 중인 ‘청정 공기조화 시스템’은 1ppb(10억분의 1)의 아주 작은 입자까지도 식별할 수 있는 특수센서를 통해 아파트 내 포르말린, 벤젠 등 유해물질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실내를 환기시킨다. 최항 GS건설 연구기획담당 상무는 “이곳에서는 반도체 회사의 클린룸 기술을 건물이나 주택에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이를 통해 모든 부모들의 숙원인 ‘아토피 없는 아파트’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대량으로’, ‘빨리’, ‘싸게’ 짓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입주자들의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가 다양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쾌적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아파트를 지을지가 더 큰 화두가 됐다. 이에 따라 GS건설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첨단 주거공간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2006년 완공된 GS건설 기술연구소에서는 6만7000여 m² 규모의 터에서 박사급 24명을 비롯해 모두 42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주택, 건설 기술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환경에너지 건축재료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인정한 특허나 신기술 등 지적재산권 수십 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공 압력을 이용해 쓰레기를 자동으로 집하장까지 모으는 ‘폐기물 자동집하시스템’도 이곳에서 개발돼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 신도시에 적용 중이다.

최 상무는 “애플의 아이폰이 각광받는 데 소프트웨어인 ‘애플리케이션’이 큰 역할을 하듯이 이제 건축에서도 건물의 외형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내부디자인, 친환경성 등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룸 실험동 바로 옆에는 3층짜리 건물에 주거환경 실험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선 층간 소음 테스트를 비롯해 단열재, 창호, 태양광 집열판의 품질을 비교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실험동 관계자는 “지금은 냉장고에만 사용되는 진공단열재를 아파트 건물 외부에 입혀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신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에서는 입주민의 주거환경 개선뿐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수반되는 각종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연구소의 재료실험동에서 진행되는 ‘그린 콘크리트’ 생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 콘크리트는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시멘트의 비율을 줄이고 그만큼 석탄가루 등 폐기물을 넣는다. 이렇게 하면 콘크리트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좀 더 환경 친화적인 건축이 가능하다.

원철 책임연구원은 “기존 콘크리트공법은 제조 과정에서 워낙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 공법을 찾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과제”라고 말했다.

용인=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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