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글로벌 기업 머뭇거릴때 신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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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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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친환경-건강 5대 신수종사업 23조 투자

“삼성 現주력제품 10년內 사라져”…태양전지 등 미래 먹을거리 선정
李회장 주재 사장단회의 긴박감…기존 사업과 연관 적은 분야 골라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려면 획기적전략없인 힘들어”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이 ‘생활 밀착형’ 사업 중심에서 ‘환경·건강’ 사업 중심으로 변신을 꾀한다. TV 휴대전화 등 주력 제품의 틀에서 벗어나 그룹의 새로운 먹을거리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며 신사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신시장 선점 경쟁이 예상된다.》
○ 주력 제품은 사라진다, 다시 시작해야

삼성의 신사업 계획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친환경과 건강증진(헬스케어) 분야에 23조3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구체적으로는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다.

삼성은 그간 신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환경과 건강증진(헬스케어) 분야가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향후 시장성이 있는지, 삼성의 기술 역량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개 분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사업 발표는 현재 주력 제품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이 회장은 3월 말 경영복귀 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첫 공식 회의에서 신사업 계획을 결정한 점도 사안의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과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 LCD사업부장인 장원기 사장, 삼성SDI 최치훈 사장, 삼성LED 김재욱 사장, 삼성종합기술원 김기남 사장,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 등 신사업 분야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이상훈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 등이 총출동했다.

○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에 관심


5대 분야 가운데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가 포함된 점에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비교적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 각각 2조1000억 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총 11조8000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바이오 제약 분야의 경우 삼성은 수년 내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시밀러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료원 등의 연구팀과 협력해 2020년 1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710명에 이르는 고용효과도 기대했다. 이미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몇몇 바이오업체와의 협력도 검토해온 상태다.

의료기기 사업에선 혈액검사기 등 체외진단 분야부터 진출해 2020년에는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고, 고용인원만 95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이 체외진단 분야를 신사업으로 꼽은 것은 이 분야의 시장성이 향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조기진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삼성이 갖고 있는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각종 난치성 질환의 조기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 기대와 우려

삼성의 바이오 부문 투자계획에 대해 글로벌 제약 기업의 탄생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이 노하우가 별로 없고 투자 규모도 다국적 제약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의 바이오 제약 분야 투자 계획은 연평균 2100억 원 정도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가 연 700억∼8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준이다.

한국MSD의 과학교류대사 김규찬 박사는 “후발주자인 삼성이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려면 아주 뛰어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세종시 투자 계획의 재탕 수준이고 투자 규모도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의 5대 신사업 영역은 경쟁사인 LG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녹색 경영전략’의 사업영역과 대부분 겹치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두 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당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시한도 2020년으로 똑같다. LG그룹은 친환경 분야에만 20조 원을 투자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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