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표절 눈감아 온 국내 포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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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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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하소연’ 씁쓸한 이유

최근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게임 사전등급 심의 등의 규제가 국내 업체만 ‘역차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틈을 타 구글 같은 외국 기업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타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외국 업체의 한국 시장 잠식을 두려워하는 모습만 보이지 스스로 외국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잘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국어로 된 자료나 전문 정보는 국내 검색업체보다 훨씬 잘 찾습니다. 그런데 구글 검색도 유독 한국어 자료는 잘 못 찾습니다. 구글의 검색 원리 때문입니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중요한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중요하다’는 기준은 ‘링크’와 ‘원본’이 결정합니다. 수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이 ‘링크’한 웹페이지가 더 중요하고, 그 정보를 최초로 올린 ‘원본’이 더 가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한국 인터넷에선 링크라는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남의 글이 있는 웹페이지의 주소를 알려주는 링크 대신 남의 글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로 ‘펌’하는 문화가 훨씬 일반적이죠. 이는 엄격히 말하면 저작권법 위반이지만 너무 만연해 죄의식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한국 인터넷 업체들은 해외에서 경쟁력이 없습니다. 정보는 찾는데 ‘가치 있는 정보’를 구분하는 기술이 구글보다 뒤지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우물 안 개구리’인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는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자초한 결과입니다. 이들은 10년 전 이른바 ‘닷컴 버블’ 때부터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정보를 다뤄 왔습니다. 가치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대신 ‘스크랩’ 기능을 달아 남의 글을 쉽게 베끼도록 부추겼습니다. 언론사의 뉴스부터 누리꾼의 블로그나 카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에 대해서 이들이 ‘존재하는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우리가 갖고 있다’며 자신들의 포털에 쌓아놓고 사람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물론 그 정보가 베낀 것이든,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규제 한두 개에 죽는 소리를 하는 기업들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10년 이상 한 우물만 파온 분들이 겨우 ‘우리 떡 빼앗지 말라’는 약한 소리나 하고 있다니요. 차라리 지금이라도 링크를 걸고 원본을 존중하는 인터넷 문화를 만들자고 캠페인을 벌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들 스스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에 그들의 직원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지식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서 말입니다.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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