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8000만원 손실… ‘수업료’라 여기고 더 밀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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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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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 전략실서 서울 강남 와인바 사장님으로 조동천 씨
실패하며 배우다
재고 넘쳐 와인보관 허술
온도 못맞춰 버리기도

아이디어로 파고 넘다
라벨 이용한 와인 인식기
외국어 전자메뉴판 눈길

퇴직 후 와인 레스토랑을 연 조동천 꼬레뱅 보나베띠 대표는 ‘와인’에서 제2의 인생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와인숍이 아닌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와인 레스토랑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며 “직장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퇴직 후 와인 레스토랑을 연 조동천 꼬레뱅 보나베띠 대표는 ‘와인’에서 제2의 인생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와인숍이 아닌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와인 레스토랑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며 “직장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수십 년 일한 직장생활에서 얻게 되는 것은 기술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기업의 독특한 문화와 이념도 함께 배우게 된다. 조동천 꼬레뱅 보나베띠 대표(49)는 은퇴 전 직장생활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사업에 접목하는 실행력을 배웠다고 말한다.》○ 18년 직장 생활 끝내고 44세에 강남에 와인바 열어

조 대표는 웅진그룹에서 18년간 재직하다가 42세가 되던 2003년에 퇴사했다. 웅진에서는 웅진씽크빅 등 신사업 조직을 구축하거나 매출제고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실에서 일했다.

근무 경험이 별로 없는 계열사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자 “차라리 개인사업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직을 결심했다.

당시에는 와인 사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았고 조 대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와인 유통업을 하려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와인을 찾는 감각과 와인 유통에 대한 해박한 지식, 와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는 와인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직접 찾았고, 와인강좌에 참석하면서 식견을 넓혔다. 외국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전문가 과정에 참여해 와인 유통 노하우를 얻었다.

1년의 준비를 마치고 2005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본사 옆 건물에 412.5m²(약 125평) 규모의 와인바를 열었다. 창업자금은 점포 구입비(권리금과 보증금)를 제외하고 3억5000만 원가량 들었다. 조 대표는 “큰돈이었지만 와인 판매처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좋은 입지에 과감히 투자했다”고 말했다. 창업자금은 임원 재직 시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팔아 마련했다.

○ ‘초기 사업 부진, 기발한 아이디어로 극복’

첫해에는 판매 부진에 허덕였다. 수요 예측도 빗나갔고 와인 관리가 허술해 폐기된 와인도 많았다. 조 대표는 “3차례(1회 9000병)에 걸쳐 와인을 받기로 했는데 판매가 안 돼 세 번째는 아예 와인 납품을 받지 않았다”며 “그러나 돈을 미리 지불했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를 봐야 했다”고 털어놨다. 또 와인 보관소 관리자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와인의 맛이 변해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여름철에는 상온에서 10일 이상만 와인을 방치해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손실이 8000만 원으로 늘었고, 지인들은 “사업을 정리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직원을 기존 7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유통뿐 아니라 와인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시작했다. 이런 용기를 낸 것은 웅진그룹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조 대표가 입사한 1986년 웅진은 신사업 부서인 ‘웅진씽크빅’을 통해 도약을 모색하던 중소 출판사에 불과했다. ‘동아전과’ ‘두산전과’가 주름잡던 시장에 새로운 학습교재로 도전한 일,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맞았던 웅진코웨이가 렌털사업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일 등이 그에게 힘이 돼 주었다.

조 대표는 “웅진그룹에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며 “유럽에서는 와인이 ‘식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은 점에 착안해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 레스토랑으로 확장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점주가 와인 잘 몰라도 OK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와인 인식기’, ‘전자 메뉴판’ 등 기존 레스토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장비도 도입했다. 와인 인식기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주문한 와인에 붙은 라벨을 인식하고 정보를 단말기로 보내주는 장비다.

이 장비는 와인 레스토랑을 열고 싶으나 와인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가맹점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한 달 인건비가 350만 원에 이르는 소믈리에를 고용하지 않고도 점주가 직접 와인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 메뉴판’은 외국인 고객이 사용하는 언어에 맞춰 메뉴판 글씨가 번역되도록 한 메뉴판이다. 현재 다국어 메뉴판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지원한다. 조 대표는 “외국인 고객이 전체 고객의 30% 정도”라며 “다국어 메뉴판을 도입한 후 직원들이 외국인 접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보나베띠 프랜차이즈 사업은 직영 매장 3개와 가맹점 25개로 확대됐다. 연간 매출은 30억 원대이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70억 원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매장은 전국적으로 1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는 “와인 인식기, 전자 메뉴판이 소믈리에 등을 대신하면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지금도 ‘실시간 재고관리 프로그램’ 등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조동천 씨 성공 비결은
요리법 공식화 등 매장 곳곳 ‘재치’

어떤 일이든 한 번 해본 경험이 있다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 퇴직 당시만 해도 와인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조동천 대표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정착할 수 있게 된 데는 재직 시 신사업 부서에서 근무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분야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경험과 위기에 마주친 신규 사업을 어떻게 끌어갈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돌파력’이 특히 눈에 띈다. 처음에 시도했던 와인유통업이 기업과 마트 판매 실패로 큰 손해를 보고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 ‘와인비스트로’라는 외식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직영점 운영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3만 원대 이하의 대중적인 와인 보급, 대중 와인에 맞는 저렴한 가격대의 이탈리안 요리 개발, 낮 시간 커피 접목 등의 재치가 돋보인다.

유비쿼터스 기술(와인 인식기, 다국적 메뉴판)을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인 점도 눈에 띈다. 어려운 이탈리안 요리 방법을 공식화해서 경력이 짧은 주방 인력도 손쉽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창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요인 중 하나다.

전문성을 쌓기 위해 기울인 다양한 노력도 인상적이다. 조 대표는 1년 준비 기간을 가지는 동안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해 현지 조사를 하고 대학원과 각종 기관에서 운영하는 와인 강좌에 참여했다. 또 관련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식품박람회 때마다 유럽 각국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식품관’을 찾아 외국 바이어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경희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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