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스테르 1, 2위 SK케미칼-삼양사 공동출자… 휴비스 ‘적과의 동침’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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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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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强결합’으로 윈윈… 만성적자 탈출
‘도전+관리’ 시너지효과 세계 3위 우뚝

대표 번갈아 맡아 공동경영
고용승계로 노조 불안 달래

2012년까지 매출 1조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12’ 기치를 내건 휴비스 임직원들이 지난해 산에 올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각각 지분 50%씩 출자해 세운 폴리에스테르 전문 기업이다. 사진 제공 휴비스
2012년까지 매출 1조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12’ 기치를 내건 휴비스 임직원들이 지난해 산에 올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각각 지분 50%씩 출자해 세운 폴리에스테르 전문 기업이다. 사진 제공 휴비스
국내 폴리에스테르 원사(原絲) 제조기업인 휴비스는 최근 400도의 고온에서도 견디는 슈퍼섬유 메타아라미드 양산에 들어갔다. 국내에선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양산이다. 3년여의 연구개발(R&D) 끝에 거둔 쾌거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이지만 휴비스는 199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국내 섬유산업에서 금맥을 찾은 기업이다.

연간 매출 규모가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이 회사는 세계 3위 규모의 폴리에스테르 생산업체다. 우리가 입고 덮는 섬유의 43%가량이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나 휴비스가 생산한 원사로 만든 옷을 한두 벌쯤은 갖고 있는 셈이다. 의류에 쓰이는 실뿐 아니라 건축 내외장재와 소방용 방화복 등 각종 산업용 섬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10년 전에도 휴비스 앞에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붙었던 것은 아니다.

○ 적과의 동침 10년

휴비스는 2000년 11월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각각 폴리에스테르 사업부문을 분리한 뒤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당시 국내 섬유산업은 과잉경쟁으로 만성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업계 1, 2위를 다투던 SK케미칼과 삼양사는 경영진이 만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실리 추구’라는 합일점을 이끌어 내며 휴비스를 세웠다. ‘물고 물리던’ 경쟁관계에서 벗어나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것.

자산 7000억 원,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출발한 휴비스는 이듬해 또 한 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집 살림을 차린 뒤 경비 절감과 제품군 보완, 해외 마케팅 역량 결합 등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바로 182억 원의 이익을 내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출혈경쟁이 사라져 제품을 제값 받고 팔 수 있었고 모(母)회사의 출자전환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현금창출 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화학적 융합으로 신시장을 찾다

출범 초기에는 물리적 융합으로 비용절감을 이끌어냈다면 이후에는 화학적 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통합법인 출범 당시 두 회사 안팎에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양사 노조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새 회사는 이전 두 회사의 임직원을 모두 고용 승계해 노사 분쟁 여지를 없앴다. 급여체계와 복리후생은 두 회사 가운데 후한 쪽을 택했다.

인사 회계 재무 등 주요 부서에는 두 회사 인력을 절반씩 포진시켰다. 삼양사의 생산공장이던 전주공장은 SK케미칼 출신이, 반대로 SK케미칼 울산공장은 삼양사 출신이 공장장을 맡았다. 초대 대표이사는 SK 출신이, 2006년부터는 삼양사 출신이 대표를 맡는 식으로 공동경영 체제를 갖췄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라는 평을 듣는 SK케미칼과 관리경영의 달인이라는 삼양사, 두 회사의 장점은 새로운 기업문화로 융화됐다. 화학적 통합을 통해 서로가 가진 고급기술도 공유할 수 있었다. 회사가 출범한 지는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전에 SK케미칼과 삼양사가 쌓은 30년 기술력은 새로운 자양분이 됐다. 휴비스 관계자는 “모기업 때부터 쌓은 40년 전통으로 화섬업의 미래를 걸머진 기능성 고부가가치 섬유에 사활을 건다는 밑그림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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