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히든 챔피언’ 300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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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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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기술 최대 100억 지원…지방대학-중소기업 연계
독일식 기술 이전 도입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비해 중견기업의 비중이 매우 낮고 기업의 성장도 정체된 상태다. 사업체 수(2005년 제조업)를 기준으로 중견기업의 비중은 미국 2.4%, 일본 1.0%지만 한국은 0.2%에 불과하다. 또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거의 없다. 1997년 중소기업에서 10년 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9개사였고 중소,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큰 기업은 28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이 각종 부담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머무르는 폐단을 없애려는 것이다.

○ ‘성장의 턱’ 못 넘는 기업


국내에서 1997년 이후 10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28개사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21개사)와 외국계 회사(4개사)를 빼면 독립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풍산 오뚜기 이랜드 등 3개사에 불과하다. 미국 포천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100대 고속성장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 기업이 77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중국 기업도 5개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부터 중견기업 육성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해온 동아일보의 기사와 사설들.
지난해부터 중견기업 육성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해온 동아일보의 기사와 사설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성장 정체를 겪는 이유는 중소기업일 때는 160가지에 이르는 세제 및 금융 혜택이 주어지지만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대기업으로 취급돼 모든 혜택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분사(分社) 등의 편법을 쓰기도 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 경제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번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에서 소외된 중견기업을 경제의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육성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기술경쟁력 강화로 ‘히든 챔피언’ 육성


정부는 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독일식 기술 확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1980년대 이후 독일이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지역기술혁신센터’를 설립해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기업이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기술지도, 연구개발(R&D) 전략 수립, 협력파트너 발굴 등을 지원할 ‘기업 주치의 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기업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대일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산업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지원 비중을 2009년 17.9%에서 2012년 25%까지 높이고 지원규모도 연간 최대 1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300개 유망 응용기술을 발굴해 기술당 3∼5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중소, 중견기업 부설연구소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견기업의 외국 진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히든 챔피언’ 300개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내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 중견기업계는 일단 ‘환영’


이번 대책의 수혜 대상인 중견기업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윤봉수)는 논평을 통해 “업계가 염원하던 중견기업의 범위 및 정책 추진 근거를 산업발전법에 도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중견기업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중견기업 범위와 관련해선 기존 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만 실행되면 중견기업 육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있던 조세 부분과 금융 지원, 수출 쪽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기업연합회는 “가장 심각한 하도급 문제는 공론화하지 못했다”며 “하도급 문제에서도 중소-중견-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도급법은 대기업에 납품한 중소기업은 대금을 60일 이내에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법률 체제를 전반적으로 고쳐야 하는 문제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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