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잘 나가는 원자재펀드, 그런데도 비중 높이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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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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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펀드가 연초 이후 0.81%의 수익을 내며 2%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 원자재 펀드는 2월 초만 해도 10% 가까이 내리다가 국제 원자재 가격 회복을 계기로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원자재펀드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큰 폭의 수익률을 나타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원자재 소비량이 많은 중국과 미국의 긴축 우려로 에너지 소비 감소가 예상돼 원자재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재자펀드 비중은 자산의 10% 정도다.》



소비량 많은 美 - 中 긴축으로 에너지소비 감소 예상
전문가 “가격조정 가능성… 비중의 자산 10% 바람직”

○ 원자재 펀드로 279억 원 순유입

비과세 혜택 종료 후 자금 유출이 뚜렷한 해외 주식형 펀드와 달리 원자재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 이후 원자재 펀드로는 279억 원이 순유입된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원이 넘는 돈이 순유출됐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푸르덴셜글로벌천연자원H(주식)’이 연초 이후 5.57%의 수익률을 내고 있고 국내 원자재펀드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JP모간천연자원’과 ‘블랙록월드광업주(H)’도 각각 2.51%, 1.13%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관련 지수나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는 여전히 부진하다. ‘유리글로벌천연가스UH’는 환손실까지 입어 16.50%의 손실을 입고 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올 들어 3.47% 오른 것과 달리 관련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1’, ‘한국투자WTI원유1’은 수익률이 1%대에 그치고 있다.

○ 단기 박스권, 중장기 상승 예상

전문가들은 이머징(신흥) 국가의 긴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면 완만한 가격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올 3분기 내에 써야 하는 돈이라면 분할 환매를 통해 비중을 줄여나가되 하반기까지 투자가 가능하다면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원자재 관련 펀드는 40여 개에 이르지만 이 중 설정액 규모가 100억 원이 넘는 펀드는 18개, 1000억 원이 넘는 펀드는 5개에 불과하다. 펀드 규모가 클수록 투자가 용이하고 선물지수를 제대로 추종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원금이 일정 규모 이상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또 주식형과 지수형 중 주식형은 주식시장과 흐름을 같이해 원자재 가격보다 증시 상황이 좋으면 수익을 더 낼 수도 있지만 증시가 하락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는 별도로 손실을 볼 수 있다. 지수형은 선물지수에 투자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상대적으로 잘 반영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에게 더 적합하다. 다만 선물가격은 만기일에 갈아타야 하는데 이 때마다 비용이 발생해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환헤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원자재 펀드의 대다수가 해외 펀드인 만큼 원화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환헤지를 하는 편이 좋다. 펀드명에 ‘H’가 붙으면 환헤지를 하는 펀드고 ‘UH’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다. 또 원자재 펀드는 자원 부국인 러시아, 브라질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므로 포트폴리오에서 중복 투자가 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 무리한 비중 확대는 금물

상품별로는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구리 알루미늄 납 등의 기초 금속, 금 같은 귀금속, 농산물 중에 농산물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약세 가능성이 남아있고 변동성이 높아 중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평가 돼 있는 니켈, 아연, 원유, 금과 달리 면화, 커피, 옥수수, 밀 같은 농산물은 저평가돼 있다. 푸르덴셜증권 이정은 연구원은 “원자재 중 농산물만이 1990년 이후 20년간 평균 가격을 하회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있고 급락 가능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초 생산량 상향 조정과 중국의 긴축 본격화 가능성, 달러 강세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단기적으로는 농산물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본적으로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에너지와 산업용 금속 가격, 경기 침체로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 더 오르는 경향이 있어 분산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귀금속과 달리 농산물은 자연환경이나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아 가격 전망이 가장 어려운 것도 투자의 걸림돌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험자산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금융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위험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일정 정도의 비중만 유지하되 무리하게 원자재 비중을 확대하거나 신규로 진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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