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홍콩 ‘경유’하던 차이나 펀드 이젠 중국 본토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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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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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내국인 전용 ‘A증시’ 외국인 투자 제한적 허용… 관련상품 잇따라
전문가들 “해외 유동성 영향 덜 받고 중장기 성장전망 맑음”


《직장인 김모 씨(31·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는 중국 투자에서 단맛과 쓴맛을 모두 봤다. 2007년 중국펀드에 가입한 김 씨는 두 배 가까이 오르는 주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고 지난해 랠리를 틈타 다시 원금을 회복했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또다시 비틀대자 이제는 버려야 할지, 미워도 다시 한 번 눈길을 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박의 환상과 쪽박의 악몽으로 번갈아 다가온 중국펀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해외투자를 한다면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 성장전망이 높은 만큼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출시되고 있는 중국 본토펀드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 중장기 전망 좋아…비중 유지해야

최근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만족스럽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중국 주식형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3.30%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1.85%), 국내 주식형펀드(―2.95%)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 증시의 단기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 신한금융투자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단기적으로 본다면 크게 많이 빠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며 “올해 중국의 정책기조가 유동성 축소, 긴축정책 등인데 긴축 시기에는 주가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긴축에 대한 부분은 지급준비율 인상하면서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며 “투자관점에서는 세계경제의 축인 중국을 중심에 놓을 수밖에 없어 중국 투자비중이 낮은 투자자라면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중국 상하이 증시가 3,000이 붕괴되며 조정 받고 있지만 저평가된 매력적인 가격”이라며 “연내 증시가 출렁일 때 저가에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중국 본토 투자, 입맛대로 다양하게

중국펀드는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와 홍콩에 투자하는 펀드로 나뉜다. 중국 본토시장은 내국인(중국인) 전용의 A증시와 외국인이 참여하는 B증시로 다시 구분된다. B증시가 활성화되지 못하자 중국 정부는 A증시의 문호를 외국인에게도 열었다. ‘적격 해외 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내주고 제한적으로 외국인의 투자를 허용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국 본토펀드가 이 유형에 속한다.

현재 국내 중국펀드의 대부분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홍콩H주 펀드’.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중국시장 선점을 위해 앞 다퉈 QFII 자격을 취득하고 중국 본토펀드인 ‘A주 펀드’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5일 설정된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중국본토 펀드’는 출시 2주 만에 설정액이 200억 원을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 펀드는 업종별 유망 대표종목을 핵심으로 하고 급성장이 기대되는 소비 관련주, 환경 및 뉴에너지 관련주, 산업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테마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산은자산운용은 ‘산은차이나스페셜A주증권펀드’를 이달에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투자자문을 받은 이 펀드는 중국 내수 소비시장의 성장세를 담보로 소매, 건설, 산업재 등에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중국 A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중국 본토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도 늘고 있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 한국투신운용은 최근 ‘한국투자셀렉트중국A주 ETF’를 선보였다. KB자산운용은 홍콩 등에 상장된 중국 본토 상하이 A주와 선전 A주 ETF에 분산 투자하는 ‘KB차이나 A주식 재간접펀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현대자산운용도 지난달부터 ‘현대차이나A주증권자투자신탁1호’를 내놨다. 대우증권은 홍콩에 상장된 ETF에 투자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우 차이나 다이렉트 랩’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환매에 한 달 이상 걸리는 것과 달리 ETF를 이용할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최소 5일, 최대 7, 8일 만에 환매가 가능하다.

○ 지역, 업종, 세제 고려 신중한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중국 투자를 할 경우 홍콩H주보다는 본토 A주가 유망하다고 말한다. 김대열 팀장은 “H지수의 경우 종목이 적어 투자가 제한된다”며 “본토에 직접 투자할 경우 투자 풀이 늘어난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안정균 연구원도 “홍콩증시는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크지만 중국 본토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어 해외 유동성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했다.

본토펀드에 투자할 경우 주가지수를 추종하는지, 특정 산업에 초점을 두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라면 관련 업종의 비중이 높은 펀드를 고려해야 한다. 또 향후 위안화 절상에 대비해 달러를 헤지하지만 위안화에는 하지 않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에 따른 세금도 고려사항이다. 김대열 팀장은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긴 하지만 15.4%의 양도소득 과세는 은행예금에도 부과되는 수준이라 이것 때문에 중국 투자를 꺼릴 필요는 없다”며 “다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거나 그 경계에 있는 투자자의 경우는 세금을 제외한 수익률을 고려할 때 당분간 중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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