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위기 닥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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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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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임금인상 고집 - 회사는 무리한 투자… ‘알짜기업’서 적자 수렁으로

5년동안 年평균 11.5% 임금인상
2008년 생산직 억대연봉 209명

해외투자-대우건설 차입금 부담
작년 경쟁사 흑자에도 1992억 손실


금호타이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 진행 중에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가 이런 절박한 상황에 몰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과 노사관리 측면에서의 실패를 지적하는 경제전문가가 많다. 국내 타이어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기초체력이 탄탄했던 금호타이어를 부실기업으로 만든 데는 경영진과 노조 양쪽 모두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 경영진은 무리한 투자와 인수

금호타이어의 유럽시장 주력 제품인 ‘엑스타 HM’은 최근 유럽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주관한 품질 테스트에서 국내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강력 추천’ 등급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타이어 엑스포에서 ‘올해의 타이어 제조 및 디자인 혁신상’을 받았다. 제품 경쟁력은 뛰어나다는 뜻이다.

금호타이어의 패착은 무리한 투자를 진행한 경영진과 경영사정이 나쁜데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고집한 노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992억 원에 이른다.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 탓도 있었지만 경쟁업체인 한국타이어가 내수시장에서 영업이익 3484억 원, 글로벌 영업이익 5493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004년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 유가 폭등 때 원자재를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본 손실이 컸고 베트남 천연고무 가공공장 및 타이어공장, 중국 공장 등 잇달아 대규모 해외 투자를 한 것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업 외적인 악재도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금호타이어를 통해 약 5000억 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 등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외비용은 2005년 810여억 원에서 2007년에는 1946억여 원, 2008년에는 4594억여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노조가 “경영진의 잘못을 조합원들이 덮어쓸 수 없다”며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노조는 임금 인상만 고집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0.2%에서 2008년에는 1.5%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 기간 생산직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11.5%였다. 세계 경제위기로 감산(減産)을 했던 지난해에도 노조는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7.48% 인상 등을 요구하다 파업을 벌였다.

거듭된 임금 인상으로 2008년 기준 금호타이어의 평균임금은 6600만 원으로 경쟁사 평균임금보다 2300만 원가량 많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회사 측이 15일 공개한 2008년 연말정산 자료에 따르면 이해 생산직 직원 4278명 중 1억 원 이상을 받은 사람이 209명에 이른다. 파업 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전체 평균임금이 줄어든 지난해에도 생산직 직원 7명이 1억 원 이상 임금을 받아갔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올해도 금호타이어 노사는 구조조정 문제로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이 1199명에 대한 사실상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안을 통과시키는 등 벼랑 끝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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