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강철로 바다에 섬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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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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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重 울산조선소 FPSO 건설 현장 가보니
축구장 3개 합친 면적… 16억달러짜리 해상 정유공장
경기침체로 선박수주 줄어… 해양플랜트 ‘매출 효자’ 부상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찍은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건설 현장. 현재 하부구조 공사를 마치고 상부구조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찍은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건설 현장. 현재 하부구조 공사를 마치고 상부구조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흔히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그 표현도 부족해요. 작은 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지간한 태풍이 와도 꿈쩍 않습니다.”

승강기를 타고 60m가량 올라가는 동안 들은 설명이었다. 승강기 난간에서 보는 현장은 주상복합건물 단지의 공사장과 흡사했다. 그 거대한 현장이 조선소 앞바다에 떠 있었다. 최근 방문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건설 현장이었다.

○ 상부구조 공사 한창 진행

FPSO 건설 현장은 길이 320m, 폭 61m로 축구장을 3개 합쳐 놓은 것만큼 광활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바쁜 모습이었고, 머리 위로는 대형 크레인들이 수시로 움직였다. 크고 작은 관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빈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곳곳에서 용접 작업하는 소리를 들으며 파이프라인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니 방향 감각이 없어졌다. 거대하고 복잡한 작업현장이었지만 밸브나 케이블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정밀도는 오차 5mm 이내라고 했다. 이 회사 강창준 해양사업본부장은 “우리 근로자들의 용접 기술은 한마디로 예술”이라고 자랑했다.

항공모함보다 크고 무거운 이 설비는 심해 유전의 원유를 파 올리고 정제, 저장하는 초대형 해양플랜트다. 계약 금액 16억 달러(약 1조8600억 원) 규모로 2008년 수주했으며, 이제 하부구조 공사를 마치고 상부구조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초 나이지리아로 출항해 나이지리아 보니 섬 동남쪽 100km 지점 ‘우산 필드’에 설치되면 하루 16만 배럴의 원유와 500만 m³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이 같은 초대형 FPSO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세계에서 발주된 200만 배럴 이상의 초대형 FPSO 12기 중 7기를 현대중공업이 건조했거나 현재 건조 중이다. 특히 ‘우산 FPSO’는 이 회사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지은 FPSO 전용 독에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해양플랜트는 선박과 달리 작업 기간이 길고 공정 관리가 까다로워 FPSO 전용 독 건설은 이전까지 선박 건조용 독을 빌려 쓰던 이 회사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의 숙원이었다.

○ 과감한 투자에 매출액 배로 뛰어


해운 경기 침체로 신규 선박 수주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해양플랜트 건조는 현대중공업의 주력 부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계 오일 메이저회사들이 발주하기 때문에 선박 부문에 비해 불황을 덜 타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에서는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24억 달러·약 2조7300억 원)가 처음으로 조선 부문(4억 달러·약 5200억 원)을 앞질렀다. 올해 수주 목표액도 해양플랜트 부문이 조선 부문보다 더 높다. 올해 들어서 선박 수주는 아직 한 건도 없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지난달 노르웨이 ‘골리앗 유전’에 설치될 100만 배럴 저장규모의 원통형 FPSO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해양플랜트 부문 매출도 2005년 1조4756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4235억 원으로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1995년 제9독 건설 이후 13년 만에 대규모 증설 투자인 FPSO 전용 독 건설을 결정하는 등 과감한 투자도 있었다. 이 회사 김삼상 해양사업본부 상무는 “현대중공업은 조선 시황과 에너지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조선 경기가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양 및 플랜트 분야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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