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돈 싸들고 밖으로… 해외투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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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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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102억 달러
생산-영업기반 현지화 따라… 전분기보다 2배 수준 급증

외국인 국내투자는 급감
40% 줄어든 12억 달러 불과… 국내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1.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의 경우는 2007∼2009년 11억2000만 유로를 투입했으며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2006년부터 투자한 금액이 10억 달러 정도다.

#2.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인도와 태국에 각각 철강가공센터를 준공했으며 8월에는 멕시코에 자동차강판 생산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에 동남아 최대 규모의 냉연강판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베트남 냉연공장에는 2007년 8월부터 준공까지 모두 5억2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3.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가전회사 아미카(Amica)를 7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술업체인 램버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발행 신주를 총 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면서 해외직접투자액이 지난해 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외국기업의 국내직접투자 유입은 부진하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모두 한국에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늘지 않아 고용문제가 악화되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02억500만 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억 달러를 넘었다.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10억∼30억 달러대에 머무르던 해외직접투자액은 2007년 4분기 92억1900만 달러까지 크게 늘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3분기에는 56억 달러까지 낮아졌지만 4분기 들어 다시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라 국내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다시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규모는 12억8400만 달러로 3분기(21억3630만 달러)보다 40%나 급감했다. 외국인투자가의 국내투자 집행 규모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의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중국이나 신흥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동 및 토지 비용이 비싸고 투자 관련 규제 및 입지조건이 까다로워 중국 동남아 동유럽 등 신흥국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생산 및 영업기반을 현지화하기 위한 해외직접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생산비 절감이나 현지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내 규제와 노사관계 때문에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국내 일자리를 없애고 해외로 일자리를 수출하는 결과를 가져와 실업문제를 심화시킨다. 이 때문에 일본 등 선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국내기업의 해외공장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늘리는 ‘U턴 정책’을 펴고 있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해외기업의 국내직접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9∼2007년 외국인직접투자는 연평균 115억 달러가 유입돼 약 15만5000명의 취업을 유발했다. 유형별로 보면 ‘인수합병(M&A)형’ 직접투자는 연평균 38억 달러가 유입돼 8만8000명의 고용을 감소시켰지만 국내에 직접 용지를 확보해 공장 및 사업장을 짓는 ‘그린필드(green field)형’ 직접투자는 78억 달러가 유입돼 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업이 연평균 67억 달러 유입에 15만5000명의 고용을 늘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다. 하지만 최근 해외기업들의 국내직접투자도 빠르게 줄고 있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일정 부분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한국이 다시 저임금 생산기지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서비스업이라든지 국내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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