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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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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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복귀 박찬구 전 회장 “금호 살리기 전념”
오너일가 금호산업-아시아나 환수는 힘들듯

이르면 다음 달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 화학부문 회장은 “‘형제의 난’이라는 단어를 안 썼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오너 일가가 ‘금호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경영일선 복귀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의 추가 인사도 점쳐지고 있다.

○ “‘형제의 난’은 이제 그만”

박찬구 전 회장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지’의 이은경 변호사는 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전 회장이 ‘형제의 난’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이제 금호 살리기에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 경영을 함께 맡게 될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 금호타이어를 맡게 될 박삼구 명예회장에 대해서도 포용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해임된 이후 소송 제기 의사를 내비쳤으나 실제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다.

박찬구 전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박철완 부장 등 금호석유화학을 맡은 오너 일가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영 정상화 자율협약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실질적 경영권을 갖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대주주 지분이 상당히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박 전 회장 등이 3∼5년 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 등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29.04%다.

○ 오너 일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는 환수 가능성 적어

하지만 박찬구 전 회장이든 박삼구 명예회장이든 오너 일가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상징적 의미의 계열사를 환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금호산업의 대주주는 박삼구 명예회장이지만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및 감자(減資)를 거치면 박 명예회장은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채권단이 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산업에 귀속시킬 계획이므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을 채권단이 지배하게 된다.

금호 오너들은 또 금호산업에 대해 경영권 보장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는 향후 3년간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금호산업 등 나머지 계열사는 경영권 보장 대상이 아니다”라며 “오너 일가와 합의한 대로 경영은 채권단이 임명하는 대표이사가 하고, 박삼구 명예회장은 ‘협의’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룹 내 인사 후폭풍 전망

박찬구 전 회장의 복귀로 석유화학부문 내 일정 규모의 후속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찬구 전 회장이 경영을 맡는 회사는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인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등. 지난달 사장단 인사가 실시됐으나 그의 경영 복귀로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인사에선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로, 온용현 금호폴리켐 전무가 금호피앤비화학 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금호미쓰이화학은 그룹 전략경영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기옥 사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박찬구 전 회장 스타일이 ‘자기 사람’을 몰고 다니는 보스형 기질이 아닌 만큼 경영 안정화를 꾀한다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오너 3세들의 자리 이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박찬구 전 회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을 맡게 되는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은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호타이어에 있는 박찬구 전 회장의 아들 박준경 부장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는 아버지와 함께 금호타이어로 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을 맡긴 만큼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하겠지만 경영정상화에 역행하는 인사까지 허용하기는 힘들다”며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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